미국의 높은 관세율을 회피하기 위해 원산지증명서를 한국산으로 허위 조작해 미국에 우회 수출하다가 적발된 금액이 크게 늘었다.
관세청은 12일 인천공항세관 수출입통관청사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해 1~8월 적발한 한국산 둔갑 우회 수출이 20건, 금액은 3569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8월)과 비교해 보면 건수는 150%, 금액은 1313% 늘어난 수치다.
관세청은 올해 4월부터 미국 관세정책에 대응해 우회 수출 차단을 전담하는 ‘무역안보 특별조사단’을 설치했다. 조사단은 미국의 국가별 관세율 차이를 악용한 우회 수출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외국 물품이 한국을 경유해 국산으로 둔갑해 수출되는 ‘무역굴절’이 확대되면 한국 수출 제품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 저하와 무역장벽 강화 등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우회 수출은 한국 세관에는 외국산으로 신고하고 미국 세관에는 허위로 조작한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한 뒤 ‘한국산’으로 신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또 외국 기업이 한국에 설립한 현지법인을 이용해 국내로 물품을 수입한 뒤 단순히 포장만 변경하는 ‘라벨갈이’를 이용해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둔갑하기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인 적발 유형을 보면, 올해 8월 국내 업체 7곳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려고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산 금 가공품의 원산지 증명서를 한국산으로 허위 조작하다 적발됐다. 이들 업체 각각이 우회 수출한 금 가공품 규모는 2839억 원이다.
조사단은 수출 실적이 큰 업체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금제품을 우회 수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7개 업체를 혐의 업체로 선정해 수사에 착수했다. 관세청은 이들 업체 7곳 관계자를 대외무역법 자유무역협정(FTA)특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관세청은 우회 수출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단속할 수 있는 ‘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수출입 및 화물정보 모니터링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또 국정원·산업부·외교부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국토안보수사국(HSI)과도 수사 공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종욱 관세청 조사국장은 “최근 미국 정부에서 강력한 제재조치를 예고한 만큼 우회 수출 행위를 발본색원하겠다”며 “우회 수출이 의심되는 경우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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