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오피르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 ‘바다(The Sea)’의 한 장면. 사진 출처 이스라엘 영화·텔레비전위원회 홈페이지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이 17일(현지 시간) 자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 ‘오피르 시상식’에 내년부터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날 치러진 시상식에서 팔레스타인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작품상을 받자 “이스라엘군 병사들을 모욕했다”며 반발한 것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키 조하르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내 임기 중에 이스라엘 국민들이 우리의 용감한 이스라엘군(IDF) 병사들에게 침을 뱉는 수치스러운 행사에 돈을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밝혔다.
16일 진행된 제35회 오피르 시상식에서 샤이 카르멜리-폴락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영화 ‘바다(The Sea)’는 작품상을 포함해 총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영화는 바다를 보기 위해 이스라엘에 몰래 들어간 12살 팔레스타인 소년의 여정과 실종된 아들을 찾으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영화에서 이스라엘군을 가혹하게 묘사한다고 지적했다.
조하르 장관은 영화 ‘바다’가 “팔레스타인을 옹호하고, 우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병사들을 모욕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이스라엘 국민의 1%도 대표하지 못하는 오피르 시상식 같은 수치스러운 행사에 세금을 낼 수 없다”며 내년 예산안부터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조하르 장관이 그간 이스라엘 영화계에 대한 과도한 검열로 비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오스카 시상식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현실을 다룬 영화 ‘노 아더 랜드’가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자 “전 세계 영화계의 슬픈 순간”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수상작을 선정하는 이스라엘 영화·텔레비전 위원회는 영화 ‘바다’가 인류 전체를 다룬 작품이며, 그중에서도 주인공인 팔레스타인 소년에 섬세하게 접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사프 아미르 의장은 “같은 민족이 아닐지라도, ‘타자’를 볼 수 있는 능력은 (전쟁 상황에서) 작은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오피르 작품상 수상작은 관례에 따라 이스라엘의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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