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때문에”…미국인 여행자들 ‘캐나다인 코스프레’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9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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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유럽서 승차거부-야유 시달려
캐나다 “당신 나라 바로잡아라” 여론 싸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미국인 여행객들이 반미 정서를 우려해 해외에서 캐나다인 행세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8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일부 미국인 여행객들이 여행지에서 자신의 국적을 캐나다라고 소개하거나 가방에 캐나다 국기를 달고 다니는 이른바 ‘플래그 재킹’(flag jacking·깃발 속이기) 사례가 늘었다.

뉴욕 출신인 첼시 메츠거(33)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약혼자와 휴가를 보내던 중 여러 차례 곤욕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바에서 미국 대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다가 “미국은 이기적이고 전 세계를 망친다”고 외친 캐나다인 부부와 마찰을 빚었다고 한다.

택시를 잡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택시 기사는 메츠거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곤 “좋은 하루 보내라”며 승차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후 메츠거는 몇 주간 캐나다인인 척하며 여행했다.

미시간주 출신의 그레이스(22)는 친구와 함께 그리스를 여행하던 도중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비웃음을 당하자 캐나다인 행세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한 식당에서 웨이터로부터 출신지 질문을 받고 캐나다 온타리오주 출신이라고 거짓말했다. 공교롭게도 웨이터가 온타리오주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그레이스가 알지 못하는 지명을 빠르게 늘어놓아 난처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 같은 ‘플래그 재킹’ 행위는 1990~2000년대 미국인 유럽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방식이다. 2000년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으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을 때 특히 흔했다.

2005년 방영된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 가족’ 이탈리아 편에는 리사 심슨이 “일부 유럽인은 미국이 지난 5년간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주에 나는 캐나다인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배낭에 캐나다 국기를 붙이는 장면이 나온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 미국인들이 해외에서 반미 정서를 피하기 위해 수십 년 전 행해진 ‘캐나다인 위장 관행’을 되살렸다”고 분석했다.

이를 지켜보는 캐나다인의 시각은 곱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고 언급하거나 관세 전쟁을 이어오는 등 캐나다 내 미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토드 마핀 캐나다 문화평론가는 CNN에 “미국 상황이 계속 악화하면서 많은 미국인이 해외여행 시 ‘캐나다인 코스프레’를 한다는 아이디어가 자주 등장한다”며 “우린 여러분이 특정 국가 출신이라는 점을 교란하기 위해 걸치는 망토가 아니다. 캐나다는 국가이지 의상 대여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구상에서 낙하산을 타고 어디든 가서 ‘캐나다 출신’이라고 말하면 환영받지 못할 곳은 거의 없지만, 미국인은 아니다”라며 “해결책은 당신 나라를 바로잡는 것이지, 우리 집에 와서 우리 옷을 입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어째서인지 미국인들은 우리가 그들의 예비 여권이라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인 여행객#캐나다인 행세#플래그 재킹#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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