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 행동이 러 평화로 이끌길…中, 전쟁 중단시킬 수 있어”

트럼프, ‘대러 관세·국경 회복’ 등 언급
“러, 美 두려워하며 항상 주의 기울여”
“러, 中없인 아무것도 아닌데 中 침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과 중국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CNN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당사국 자격으로 연설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평화를 이루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몇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논의했다”며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그의 결의를 매우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스크바는 미국을 두려워하며 항상 미국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미국의 행동이 러시아를 평화로 이끌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몇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다소 전향적 입장을 밝힌 데 기대감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가 전쟁 종식을 위해 합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미국은 매우 강력한 관세 조치를 단행할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며 “이는 유혈사태를 매우 신속히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회담 후에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간과 인내, 재정 지원이 충분하다면 전쟁이 시작됐을 때의 국경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가능한 선택지”라는 언급까지 내놨다.

러시아의 현 점령지 인정을 전제로 우크라이나 영토 추가 거래를 통한 평화 협상을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회복’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안보 보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우리가 필요한 안보 보장과 드론, 무기(지원) 등을 협의해나가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우리에겐 문서로 된 구체적 내용이나 세부사항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원하거나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여 확약은 아니라고 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지속을 방조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에 연설 일부를 할애했다.

그는 “강대국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중국이 진정으로 전쟁 종식을 원한다면 모스크바에 침공 중단을 강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국이 없다면 푸틴의 러시아는 아무것도 아닌데도, 중국은 너무나 자주 침묵하고 거리를 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푸틴이 베이징 등 다른 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살인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푸틴은 모든 회담과 기회를 활용해 전쟁을 지속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