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몸이지만 남성으로 인정”… 日법원, 성전환 새 기준 제시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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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 변경 원하는 신청인
성전환 수술·호르몬 치료 안 했지만 성별 변경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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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여성의 신체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남성으로 성별 전환을 희망하는 신청인에 대해 성별 변경을 허용하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성별 변경 과정에서 신체적 변화를 강제하는 기존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중요한 판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19일 삿포로 가정재판소(우리나라의 가정법원에 해당)는 성정체성 장애를 가진 신청인 A씨에 대해 건강상의 이유로 호르몬 치료를 받지 못하고 유방 절제수술 등을 받지 않았지만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을 변경하는 것을 인정했다.

일본에서는 성별 변경으로 하려면 ‘성정체성 장애 특례법’에 따라 다섯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 특례법은 ▲18세 이상일 것 ▲혼인하지 않았을 것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 ▲생식 기능이 없을 것(자궁이나 난소, 고환 등 생식 기관을 수술로 제거해 아이를 낳거나 만들 수 없어야 하는 것을 의미) ▲변경 후 성기 부분이 그 성별에 유사한 외관을 가질 것 등이다.

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A씨는 ▲18세 이상일 것 ▲혼인하지 않았을 것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 등 세 가지 요건은 충족했지만, 천식 및 알레르기 등으로 인해 호르몬 치료를 받지 못하고 유방 절제술 등을 하지 않은 상태라 ‘외관’ 요건은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삿포로 가정재판소는 “법 제정 이후 의학적 지식이 진전됐고, 외관 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인 관련성이 결여됐다”며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외관 요건은 대중목욕탕 등에서 혼란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을 소개하면서도 “성 정체성 장애인 대부분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위화감으로 타인에게 신체를 보이는 것에 저항감을 가지고 있어 목욕탕 이용 자체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최근 들어 성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법 판단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에 해당)는 2019년에 생식 기능 요건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단했지만, 2023년 10월에는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당시 청구인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 전환을 원했으나, 성기 절제를 하지 않아 ‘생식 기능’ 요건과 ‘외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였다.

최고재판소는 ‘생식 기능’ 요건에 대해 헌법 제13조가 보장하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신체에 침해를 받지 않을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해 ‘위헌’이라고 봤다.

다만, ‘외관 요건’에 대해서는 최고재판소가 직접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히로시마 고등재판소(고등법원에 해당)로 돌려보냈다.

이후 히로시마 고등재판소는 2024년 7월, 해당 요건에 대해 “위헌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호르몬 치료를 통해 외부 성기의 형태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고, 실제로 신청인 역시 호르몬 치료로 신체 여러 부위에 여성화가 나타나 외관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재판소는 성전환 수술 없이도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별 변경을 허용했다.

당시 판결은 외관 요건에 대한 법원의 신중한 접근과 함께, 수술을 강제하지 않는 성별 변경 인정을 확대하는 중요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한편, 비혼 요건과 관련해서는 교토 가정재판소가 올해 3월 “즉각적으로 헌법에 반한다고는 할 수 없다”며 성별 변경을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최고재판소의 위헌 판단 이후 일본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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