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주한미군 공중전력 현대화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8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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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 워싱턴 학술회의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현인택)과 한미안보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제39회 한미 국제안보회의가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허남성 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장진섭 박사·매사추세츠대 한반도연구디렉터, 라일리 월터스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최병혁 전 주사우디아라비아대사,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회장, 장삼열 한미안보연구회 사무총장.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취임하면서 한국과 미국 간 안보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진전되는 가운데, 미국은 이제 인도·태평양 안보에 대한 새로운 역할을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

그런 만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을 포괄하는 ‘동맹 현대화’ 의제는 동북아 안보 현실 속에서 한미동맹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요구하는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따른 주한미군 재편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기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강력한 자율적 자주국방이 현 시기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허드슨연구소에선 제39차 한미 국제안보학술회의(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한미안보연구회 공동 주최)가 열렸다. 한미 안보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어느 때보다 복잡해진 한미 안보 환경 속에서 최근 한미동맹의 도전 과제와 위기, 또 기회 요소 등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동맹의 범위를 확대해 변화하는 지역 안보 과제는 물론 신기술과 경제안보, 공급망 회복력까지 포함해야 한다.”

현인택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은 서면으로 전한 축사에서 “한미는 진화하는 북한 핵능력에 맞춰 결합 억지 태세를 현대화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미가 안보 이슈에 국한하지 말고 경제 분야 등까지 범위를 확대해 포괄적인 안보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마커스 갈라스커스 인도·태평양 안보전략국장은 “중국의 대만 위협 및 한반도 변수까지 고려한 ‘이중 위협’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양국 동맹에 대한 비유로 자주 쓰여온 ‘철통같은 동맹’ 대신 ‘티타늄 동맹’을 새로운 모델로 제안했다. 단순한 병력 숫자 등보다 기술과 능력 등에 초점을 맞춘 ‘동맹 모델’을 제시한 것. 또 이를 위해 ‘공군력 현대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갈라스커스 국장은 국가정보국(DNI)에서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으로 활동한 북한 전문가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주한미군 공중전력부터 현대화해야”

동맹 현대화는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협상과 함께 한미 간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이슈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과제로 이 사안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제임스 프리스텁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략적 유연성은 동맹 현대화 및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논의하는 맥락에서 반드시 다뤄 져야 하는 사안”이라며 “동맹 현대화에는 주한미군의 병력·구조, 전시작전권 전환, 방위비 분담, 핵협의 그룹 활동, 대규모 야전 훈련을 통한 동맹 억지력 강화 조치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도 “주한미군이 한반도 바깥 지역까지 역할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한국의 안보는 물론 한미동맹 파트너십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유연성 등 논의는 분단 현실을 전제로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동맹에도 이제 ‘거래적 방식’으로 접근하려 하는 냉정한 현실을 일단 우리가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은 “한미동맹은 이제 ‘조건부 동맹’일 수 있다”며 “대만해협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미국은 주한미군을 (그곳으로) 재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새로운 움직임을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5%나 최소 3.5%까진 늘리기를 요구한다”면서 한국이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되, 미 측에 확장억제 강화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지상전 중심의 주한미군 구성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정책실 정보작전국장을 지낸 기티퐁 에디 파루샤붓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특히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를 위해 “주한미군의 공중전력부터 현대화하고 간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기존 F-16 전투기를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신형 F-35로 신속히 전환하고, 주한미군이 원거리에서 적을 제압 가능하도록 장거리·극초음속 무기를 신속하게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미 동맹 핵심은 ‘부담 분담’ 아닌 ‘역량 공유’”

전문가들은 최근의 안보 환경이 한국에 위협이자 큰 도전이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봤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한반도연구디렉터인 장진섭 박사는 “한미동맹의 핵심은 ‘부담 분담’이 아닌 ‘역량 공유’”라며 이에 맞게 동맹을 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한미 방위산업 통합조약 체결, 전략투자·공급망 협의회 신설, 사회혁신재단 창설 등을 제안했다.
최병혁 전 주사우디아라비아대사(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는 “한국에 강력한 동맹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할 수 있게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한미동맹을 전략적·대등한 파트너십으로 격상하고, 한국의 자율적 방위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 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방위산업을 외교·공급망 협상의 전략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회장 역시 “한국의 방위산업은 현대적이고, 한국이 개발하는 장비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상호운용이 가능하다”며 “이는 곧 미국과의 상호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매우 가치 있는 부분”이라며 ‘기회 요소’로 꼽았다. 멕스웰 부회장은 통일된 한국만이 핵 위협을 끝낼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해 ‘원 코리아 정책’도 제안했다. 그는 “수십 년간 한미의 유일한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였지만, 이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리란 걸 우린 알고 있다”면서 우선 ‘한반도는 하나’란 단순한 인식으로 돌아가야 한미동맹 전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라일리 월터스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미는 이제 “안보를 넘어 ‘라이프 파트너십’으로 국민 번영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삼열 한미안보연구회 사무총장은 “한미동맹을 ‘필수적 전략동맹’으로 격상하고, 광범위한 국가적 실행 프로세스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이 이번 토론을 계기로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영원히 이 동맹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안보환경#동맹 현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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