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 외교 수장은 28일 베이징에서 만나 양국 관계 발전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북·중 정상회담 합의를 이행할 것을 재확인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또 미국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강대국 횡포”와 패권에 함께 맞서고 다극화된 세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신화망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했다. 최 외무상은 왕 외교부장의 초청을 받아 나흘 일정으로 27일 중국을 방문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북한은 산과 강으로 이어진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 전통적인 우정은 양측 공동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중국 당과 정부는 양국 관계를 잘 유지하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키는 것을 확고부동한 전략 방침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달 초 역사적인 회담을 갖고 중요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중·북 관계 발전에 방향을 제시하고 청사진을 마련했다”고 상기하면서 “양국 최고 지도자들이 달성한 중요한 합의를 이행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교류 협력 증진을 통해 양국 인민의 복지를 증진하고 역내 평화와 발전을 공동으로 촉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왕 부장은 중국 국내 상황을 소개하며 “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강성대국 건설과 민족 부흥의 위업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모두 공산당이 이끄는 사회주의 국가로서 공동의 이상과 신념, 투쟁 목표를 갖고 있으며, 국가 통치 경험 교류를 강화해 각자의 사회주의 사업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왕 부장은 “현재 국제 정세는 격동적이고 복잡하며 강대국의 횡포가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이 중국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에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고 시 주석의 인류 운명공동체 구축 이념과 글로벌 발전·안전·문명·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지지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북한과 국제 및 역내 문제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에 반대하며 양측의 공동 이익과 국제 공평과 정의를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 외무상은 이달 초 중국의 80주년 전승절 행사는 “중국의 역사적 업적과 종합적인 국력, 국제적 위상을 충분히 보여줬다”면서 “양국 정상의 역사적인 회담은 사회주의 중심의 북·중 관계를 심화하는 데 전략적 지침과 강력한 동력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양국 인민 사이의 우호적인 감정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중 관계를 지속적으로 심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북한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북한은 중국과 함께 양당과 양국 정상의 합의를 잘 이행하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며 우호적인 교류를 증진하고 실질적인 협력을 심화해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격상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이 주창한 인류 운명공동체 개념과 일련의 국제적 구상, 특히 최근의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은 다극화된 세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중국의 중요한 공헌”이라며 “북한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일방주의와 권력 정치에 공동으로 저항하고 더욱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계 질서를 증진하기 위해 중국과 다자 간 협력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양측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덧붙였다.
최 외무상은 전날 오후 6시께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의 중국 방문은 이달 들어 두 번째다. 지난 3일 김 위원장과 함께 중국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2022년 외무상으로 취임한 뒤 중국을 단독으로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북을 조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시 주석이 국가 주석 신분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19년 6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다음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시 주석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앞두고 양국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특히 김 위원장이 최근 미국과의 대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만큼 북미 대화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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