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도 안 틀고 7억 모았는데”…日남성 후회한 이유

뉴시스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오며 약 7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모은 일본의 60대 남성이 아내를 잃고 뒤늦은 후회를 털어놨다. 돈을 모으는 데 평생을 바쳤지만, 결국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았는가’라는 질문 앞에 무너진 그의 이야기가 일본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일본 온라인 매체 ‘더 골드 온라인(The Gold Online)’이 보도한 일본인 남성 A(67)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60세에 받은 퇴직금 1500만엔(약 1억4100만원)을 전액 투자해 5년 만에 2700만엔으로 불렸고, 증권 계좌와 은행 예금까지 합쳐 총 7000만 엔(약 6억6000만원)의 자산을 쌓았다.

부부가 매달 받는 연금은 약 23만엔(약 216만원) 수준. 자녀도 이미 독립해, 누구나 부러워할 ‘안정된 노후’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한 절약의 삶이 있었다. A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노후엔 돈이 없으면 큰일 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 영향으로 대학 시절부터 음식점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거의 모두 저축했다. 여행이나 유흥에는 관심이 없었고,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것이 더 즐거웠다.

취직 후에도 절약은 계속됐다.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15㎡(약 4.5평)짜리 낡은 아파트에 살며 숙주나물과 닭고기로 식사를 해결했고, 전철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이용했다. 냉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았고, 겨울엔 두꺼운 옷으로 버텼다.

32세에 직장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했지만, 생활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아내는 남편의 극단적인 검소함에 대해 “특이하긴 하지만 과소비하는 사람보다는 낫다”며 받아들였다.

아이를 낳은 뒤에도 절약은 계속됐다. 교육비는 아끼지 않았지만, 가족 나들이는 도시락을 싸서 근처 공원에 가는 것이 전부였다. 자가도 없었고, 차도 사지 않았다.

그렇게 모은 돈은 점차 불어나 어느새 2000만엔, 3000만엔을 넘었다. 퇴직 후 5년 뒤인 65세에는 7000만엔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그는 아내와 “세계 일주 크루즈를 탈까, 고급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해볼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병으로 쓰러졌고, A씨가 66세가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남은 것은 자산과 깊은 후회 뿐이었다.

A씨는 “조금만 더 일찍, 서로가 건강할 때 더 많은 것을 함께 누렸어야 했다. 시간은 절대 되돌릴 수 없다. 아내에게 보답도 하지 못한 채, 이 돈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후회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