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허위 정책 발표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뒤 다음날 삭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 “모든 미국인에게 최신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내용의 딥페이크 영상에는 기득권이 ‘만병통치 치료법’을 비밀리에 독점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발언 또한 담겨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CNN과 폴리티코에 따르면 허위 영상 속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 “모든 미국인에게 최신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정책을 발표한 적이 없다. 영상 속 내용은 명백한 허위 정보이나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고 속을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상 구성 또한 신빙성을 더했다. 차남 에릭의 부인인 라라가 진행하는 폭스뉴스 시사 방송 ‘더 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새 정책을 발표했다”며 소개하는 방식이다. 폭스뉴스 측은 “실제 방영된 적이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허위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공공 의료체계의 새 시대가 열린다”며 “모든 미국인에게 ‘메드베드’ 카드를 지급해 최신식 기술과 최고의 의사를 갖춘 새 병원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드베드는 ‘의학(medical) 침대’ 혹은 ‘명상(meditation) 침대’의 준말로 온라인 음모론 커뮤니티 ‘큐어넌’이 주장하는 만병통치 치료법이다. 미 정부가 UFO 속 고도의 의료기술을 연구해 모든 질환을 치료할 기술을 개발했으나, 이를 대중에 숨긴 채 기득권끼리만 사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이다. 실체가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일각에서도 호응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허위 딥페이크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다만 삭제한 사례는 이례적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삭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공보실은 X에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도널드 트럼프가 실성했다(lost it)”고 비난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사태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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