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로 바뀌어”…중국, AI로 동성결혼 장면 삭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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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개봉된 호주 공포영화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동성 결혼 장면을 이성 결혼 장면으로 조작한 사실이 알려지며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1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시골로 이주한 젊은 부부가 섬뜩한 신체 변화를 겪는 내용의 호주 공포영화 ‘투게더’가 중국 일부 극장에서 개봉했다.

그러나 상영 이후 두 남성이 결혼하는 장면에서 한 남성의 얼굴이 여성으로 바뀌어 있는 장면이 포착되며 원작 훼손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장면을 원본과 비교한 영상 캡처가 중국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중국 검열 당국이 AI 얼굴 합성 기술을 동원해 원작 장면을 수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단순 삭제나 편집이 아닌 ‘디지털 조작’을 통한 검열은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이다.

이에 대해 현지 누리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AI 얼굴 합성은 원작자의 창작 의도를 완전히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공포영화보다 더 무서운 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라며 정부의 검열 방식을 꼬집었다.

중국 정부는 동성애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다”는 중립적인 입장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 등 성소수자) 관련 콘텐츠와 단체에 대한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한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AI 검열로 등장인물의 성별을 바꾼 것은 사회적 약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게더는 지난달 19일에 중국 전역 개봉이 예정됐었으나, 검열 논란이 커지자 일부 현지 영화 배급사가 개봉 계획을 철회했다.

중국이 해외 영화에 대한 검열로 논란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의 성 정체성 혼란 관련 장면이 일절 삭제된 채 상영됐으며, 미국 시트콤 ‘프렌즈’도 레즈비언 캐릭터의 대사가 삭제된 채 방영됐다.

투게더의 감독 마이클 샹크스 이번 논란에 대해 바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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