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나는 4주 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라며 “대두(大豆)는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나기로 한 사실을 확인한 동시에,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수출 문제가 양국 무역 협상 판을 좌우할 핵심 사안임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중국이 단지 ‘협상’을 이유로 구매를 하지 않아 우리나라의 대두 재배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우린 관세로 엄청난 돈을 벌었고, 그 돈의 일부를 우리 농민들을 돕는 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절대 농민들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졸린(Sleepy)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우리 농산물, 특히 대두를 중국이 구매하기로 한 협정을 지키도록 강제하지 않았다”며 미국 농산물 수출이 중단된 것을 전 정부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4주 뒤 시 주석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 구호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빗대 “대두와 다른 줄기 작물들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두를 콕 집어 거론한 건, 막대한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대두 수출이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은 한때 미국산 대두의 최대 구매국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가을 수확이 시작된 올해 9월 이후엔 미국산 대두 신규 선적 계약을 한 건도 체결하지 않았고, 이는 1999년 이후 처음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전했다. 중국은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미중 무역전쟁 당시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 카드를 꺼내 든 바 있다.
중국은 이번에도 미국산 대두를 포함한 농산물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미국은 불합리한 관세를 철폐하고 양자 무역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미국 농산물 수입이 관세 등 무역 협상과 연계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이같은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두 수출을 허용하지 않으면 관세 등 통상 문제를 풀기 쉽지 않을 거란 메시지를 중국 측에 분명히 보낼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규모는 128억 달러(약 17조9200억 원)에 달했다. 또 중국에선 대두가 주요 식재료인 돼지(고기)의 사육을 위해 꼭 필요한 데다, 대두로 만든 식용유 또한 가정의 생필품이라 대두 수입을 늘릴 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1월 중간선거 등을 앞두고 정치적 계산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농민을 위한다는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해 표를 끌어모으려는 의도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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