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다카이치 등장…모처럼 풀렸던 韓日관계, 다시 안갯 속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4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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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투표서 다카이치 1위-고이즈미 2위
결선서 185표…고이즈미에 29표차 승리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 오를 듯
‘여자 아베’ 별명으로 강경 보수색 뚜렷
‘펀쿨섹좌’ 고이즈미, 최연소 총리 꿈 무산

다카이치 사나에(왼쪽). 이재명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왼쪽). 이재명 대통령
일본의 차기 총리를 사실상 결정 짓는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의 신임 총재 투표 결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당선되면서 일본의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카이치 전 담당상은 ‘여자 아베’로 통하는 일본 내 극우 성향 정치인이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도 줄곧 참배해왔다. 때문에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도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쿄와 부산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등 셔틀 외교 복원을 선언했지만, ‘다카이치 총리’ 정부가 들어서면 일본 위안부 및 강제동원 문제,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양국의 해빙 무드가 차갑게 식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민당은 4일 오후 도쿄 당 본부에서 제29대 자민당 총재 결선 투표 결과 다카이치 전 담당상은 185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156표를 얻었다. 당초 강력한 1강 후보였던 고이즈미 농림상이 다카이치 전 담당상에 29표차로 지면서 이변이 벌어졌다.

다카이치 총재는 당선 연설에서 “자민당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많은 분의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는 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 세대가 총력으로 결집해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앞선 결선 투표 전 연설에서도 “일본의 지금과 미래를 위해 자민당아 바뀌어야 한다”며 “모든 세대가 총 결집해야 한다. 항상 국익을 최우선해 국가 경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도쿄=AP/뉴시스]
1961년생인 다카이치 전 담당상은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국회 입성 동기로 ‘여자 아베’로 불릴만큼 극우 성향을 보인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이다. 특히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잠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어오는 등 극우적인 정치 활동을 벌여왔다.

일본이 매년 추진하는 다케시마 행사의 날에 참석하는 일본 관료 를 장관급으로 올려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총재 유력 후보에 오른 뒤에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서는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다소 ‘온건 보수’ 성향을 강조하기도 했다.

40대 최연소 총리를 노렸던 고이즈미 농림상의 대권 도전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고이즈미 농림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이자 중도 성향의 정치인으로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였다. 그는 2019년 환경부 장관 시절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기후 변화와 같은 큰 문제를 다루는 것은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해야 한다”라는 발언을 해 국내에서 속칭 ‘펀쿨섹좌’로 유명하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사실상 일본 총리 선거에 해당한다. 일본 총리는 일본 국회의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각각 후보자를 내놓고 국회의원 투표로 선출한다. 중의원과 참의원이 각각 다른 후보자를 지명하면 중의원 지명 후보가 우선한다.

이런 구조에서 전통적으로 일본 중의원을 쥐고 있는 자민당 총재가 총리 후보로 오르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 선거는 사실상 일본 총리 선거로 인식된다. 자민당이 지난해 국희의원 의석수 과반(50석)에 못미치는 47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지만, 자민당은 여전히 1당이며 야당간 결집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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