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美 증시 고평가됐다”… 월가에선 “내년 더 오른다”

  • 주간동아
  • 입력 2025년 10월 5일 0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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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선행 PER 40배여도 순이익 성장 속도 빨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뉴시스]
“여러 지표로 볼 때 주식 가격은 상당히 고평가돼 있습니다(fairly highly valued). 우리 자산 가격의 적정 수준을 정확히 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지표를 살펴보면 주식 밸류에이션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증시 고평가’ 발언 이후 미국 증시는 가파른 상승을 멈췄다. 9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장세에 제동을 걸고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파월 의장 발언은 객관적 수치에 근거하고 있다. 9월 30일(이하 현지 시간) S&P500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2.6이었다(야데니리서치 기준). 코로나19 사태 시기인 2020~2021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역사적 평균치는 약 15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학개미가 주로 투자한 종목의 선행 PER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학개미 픽’ 모두 선행 PER 20 이상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29일 기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상장지수펀드(ETF) 제외)은 테슬라였다(표 참조). 엔비디아,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 애플, 아이온큐,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브로드컴, 아마존,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뒤를 이었고 메타플랫폼스,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뉴스케일 파워, 조비 에비에이션,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가 11~1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선행 PER은 모두 약 20 이상이었다(9월 30일 기준).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가 204.08로 가장 높았고 테슬라가 172.41이었다. 엔비디아 39.68, 브로드컴 35.84, 마이크로소프트 33.11, 애플 31.75, 아마존 28.25, 메타플랫폼스 25.19, 알파벳 23.42, 유나이티드헬스그룹 19.61이었다. 아이온큐, 스트래티지, 뉴스케일 파워, 조비 에비에이션,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의 경우 아직 실적이 적자이거나 불안정한 상태라 선행 PER이 집계되지 않고 있다.

기업 선행 PER이 20이라는 것은 이 기업이 향후 1년간 벌어들일 예상 이익의 20배 가격에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수치 자체로 주식이 ‘비싸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섹터별, 기업 펀더멘털별로 허용되는 수준이 달라서다. 인공지능(AI)·테크 섹터는 선행 PER이 30~40까지도 정당화될 수 있다.

각 기업의 선행 PER 수준이 적정한지 구체적으로 알려면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대비 선행 PER인 주가수익성장률(PEG)을 살펴봐야 한다. 기업 순이익이 아주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면 아무리 높은 선행 PER도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5년간 연평균 EPS 성장률로 계산한 PEG는 테슬라(7.79),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3.44), 애플(2.45), 마이크로소프트(2.27), 메타플랫폼스(2.03), 아마존(1.95), 알파벳(1.68), 엔비디아(1.39), 유나이티드헬스그룹(1.32), 브로드컴(0.54) 순으로 높았다. PEG는 1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고평가, 미만이면 저평가로 본다. 이에 비춰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선행 PER이 3~4위 수준이지만 주가가 크게 고평가됐다고 보기 어렵다. 선행 PER이 가장 높은 팔란티어테크놀로지스는 2위 테슬라보다 PEG는 더 낮다.

BofA “기업 투자 확대로 EPS 더 늘 것”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 발언을 반박하듯이 “내년 S&P500 지수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업들이 지속적인 실적 강세를 나타내 현 주가 수준을 정당화하고 S&P500 지수가 최고 7200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S&P500이 역사적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나 이런 밸류에이션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기업 생산성이 AI 없이도 증가하고 있고 기업 투자 역시 확대되고 있는 만큼 EPS 증가를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10월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된다는 점도 상승 요인 중 하나다.

이제 시장 관심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PEG상 주가가 가장 고평가된 테슬라는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 폐지 전 구매 수요로 3분기 전기차 인도량이 월가 평균 전망치(약 44만8000대)를 크게 웃돈 것으로 확인된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09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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