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둥쥔(董军) 중국 국방부장이 31일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가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났다고 미 국방부와 관영 신화통신 등이 밝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경주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와 희토류 등 무역 협상에서 휴전에 돌입했지만, 이날 양국 국방 수장들은 대만과 남중국해 등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헤그세스 장관은 둥 부장과 만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힘의 균형 유지를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X에 “(중국 측에) 남중국해와 대만 주변에서의 중국의 활동,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의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에 대한 중국의 행보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갈등을 추구하지 않다면서도 “미국의 이익을 확고히 수호하고, 이를 위한 역량을 해당 지역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둥쥔 중국 국방부장. AP뉴시스 자료사진이에 둥 부장은 “대만 해협의 양안(중국과 대만) 통일은 막을 수 없는 역사적 대세”라고 밝혔다. 또 “미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신중히 발언하고 행동하며, 대만 독립을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평화적 발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 이익을 단호히 수호하며, 권리 침해와 도발 행위에 대응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을 향해 “중국과 충돌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행동을 실천하라”고도 했다.
전날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대만과 남중국해 등 민감한 안보 관련 이슈들은 논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하루 뒤인 국방장관 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만 독립 반대를 요구하고, 미국은 중국의 무력을 통한 대만과 남중국해의 현상 유지 변경 시도를 견제하고 나선 것.
헤그세스 장관과 둥 부장은 지난 9월 화상 통화를 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 국방 수장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인 샹그릴라 대화에서의 두 사람이 만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둥 부장이 불참하기로 하면서 무산됐다. 당시 헤그세스 장관은 연설에서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은 현실적이고, 곧 임박할 수 있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힘의 균형을 변경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