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걸린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초상화 아래에 자신의 전임자들을 비난하는 문구를 달았다. ‘악플’에 가까운 표현을 공식 공간에 게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뒤끝’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서관(West Wing) 밖 회랑에 조성된 ‘월 오브 페임(Wall of Fame)’을 개편하며 역대 대통령 초상화 아래에 설명 명판을 새로 설치했다. 문제는 이 명판의 내용이 중립적인 업적 설명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평가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초상화 아래에는 “슬리피 조(졸린 조)는 단연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었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부패한 선거의 결과로 취임했다”는 문구가 적혔다. 또 공화당이 그간 주장해 온 ‘대리 서명’ 논란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공식 초상화 대신 ‘오토펜’ 사진이 걸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가장 분열적인 정치 인물 중 하나”라며 “매우 비효율적인 ‘감당할 수 없는(Unaffordable) 케어 법’으로 인해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적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입법 성과에 대해서는 “의회의 공화당원들 덕분”이라고 평가절하했고,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종료시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 힐러리 클린턴이 2016년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문구도 명판에 포함됐다.
반면 자신과 정책적으로 가까운 인물들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새겼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위대한 소통가”라며 “그의 팬이었다”고 적었고,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재기를 이뤘다”고 호평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명판에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언급하면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라고 규정했고 “임기 말 직전에 세계 금융위기와 대규모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반면 그의 부친인 조지 H. W. 부시에 대해서는 단순히 업적만 나열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란 인질 사태, 인플레이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 재임 중 부정적인 사건들을 집중적으로 열거하면서도 “퇴임 이후에는 인류를 위해 훌륭한 일들을 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번 명판에 대해 “각 대통령의 유산을 설명한 것”이라며 “일부 문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디펜던트는 이를 두고 “공식 역사 공간을 정치적 조롱과 공격의 무대로 바꿨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백악관의 상징성을 활용해 전직 대통령들을 공개적으로 ‘트롤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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