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뒤 첫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을 하루 앞둔 2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불법 체류자에게 살해된 피해자 유가족들을 초청했다. 2024년 2월 22일 조깅 중 불법 입국한 베네수엘라 남성 호세 이바라에게 살해된 22세 백인 여대생 레이큰 라일리 씨의 어머니 앨리슨 씨, 2023년 8월 역시 불법 체류자인 엘살바도르 남성에 의해 숨진 37세 백인 여성 레이철 모린 씨의 어머니 패티 씨, 2014년 8월 멕시코 불법 이민자의 총격에 숨진 국경순찰대 요원 하비에르 베가 씨의 어머니 마리아 씨 등 유가족 10여 명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유가족들을 ‘천사 가족(Angel Family)’으로 불렀다. 특히 라일리 씨가 숨진 2월 22일을 ‘천사 가족의 날’로 지정해 매년 기념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국가 차원에서 기억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인디펜던트 등 외신들은 국정연설과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反)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 백인 여대생 사망일을 ‘천사 가족의 날’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톰 호먼 백악관 국경차르 등을 대동한 채 자신의 반이민 정책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재집권으로 미국이 “100% 폐쇄된 국경을 갖게 됐다”며 “125년 만에 살인율 또한 최저치도 기록했다”고 자찬했다. 라일리 씨와 모린 씨가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살해됐다는 점을 들어 “불법 이민이라는 재앙으로 미국인들이 부모, 형제자매 등 소중한 이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앨리슨 씨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 딸이 숨졌을 때부터 ‘그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도 잊지 않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조지아대 학생이던 라일리는 경범죄로 기소됐지만 잠시 풀려난 이바라에게 대학 캠퍼스에서 살해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불법이민자의 단속, 구금, 추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재집권 직후 불법 체류자가 경범죄로 기소되더라도 연방 당국이 용의자를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레이큰 라일리 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연방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로 통과됐다.
인디펜던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의 강력 범죄를 의도적으로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자신의 반이민 정책에 항의하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민 2명이 사망한 후 자신의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무마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패한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그는 “당시 선거가 조작되지 않았더라면 천사 가족들이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 트럼프, 국정연설 앞두고 지지율 저조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 시간 24일 오후 9시(한국 시간 25일 오전 11시) 워싱턴 의회에서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을 할 예정이다. 재집권 후 1년 간의 치적을 자찬하고 반이민, 관세, 미국 우선주의 등 기존 정책을 고수할 뜻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방대법원이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을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에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이번 연설에서도 관세 정책을 고수할 뜻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에도 “우리나라는 지금 역대 최고의 경제를 누리고 있다. 내일 연설에서도 이를 말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의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CNN방송과 여론조사회사 SSRS가 17~20일 미국 성인 2496명(오차범위 ±2.5%포인트)을 조사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은 36%로 그의 집권 2기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47%에서 1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부정 평가는 52%에서 63%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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