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유가 압박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시 권한을 발동해 자국 내 에너지 생산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위기 속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과 산업계 달래기를 위한 속도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물자생산법(DPA) 303조에 근거해 5건의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비상시 대통령 권한을 발동해 석유, 석탄, 천연가스, 전력 등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쳐 연방자금을 즉각 투입키로 했다. 앞으로 연방정부는 에너지 분야 투자에서 이미 확보된 예산에 대해 복잡한 인허가와 경제성 검토, 의회 보고 절차를 생략하고 자금을 신속히 집행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시 권한을 동원해 에너지 인프라 확충을 위한 패스트트랙을 가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조치는 유가 상승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유가는 이번 중간선거의 최대 악재로 꼽힌다. 자가 차량 의존도가 높은 미국에서 휘발유 값은 지난달 말부터 갤런당 4달러를 웃돌고 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결정으로 전력망 인프라가 강화될 것이며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를 제공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각서에서 석탄 산업을 지원 대상으로 콕 집어 명시한 건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웨스트버지니아주를 겨냥한 조치란 해석도 나온다. 또 인공지능(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지원키로 한 건 전력 부족을 겪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국방물자생산법을 근거로 국가에너지 비상사태도 선포했다. 그는 “미국의 불충분한 에너지 생산·운송·정제·발전이 국가경제와 국가안보, 외교정책에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이 법을 발동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 해안에서 석유시추 재개를 추진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태양광 패널과 변압기 등의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을 적용한 바 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6·25 전쟁 발발한 직후인 1950년 9월 제정됐다. 6·25전쟁 초기 미군에 군수물자가 제때 보급되지 않자 연방정부의 개입 권한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이 법은 대통령에게 민간기업의 주요 물품 생산을 촉진하고 확대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6·25전쟁, 제1, 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을 언급하며 다른 전쟁의 지속 기간이 이란 전쟁보다 훨씬 길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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