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항로를 따라 오만만(Gulf of Oman)에 유조선과 화물선들이 보이고 있다. 2026.6.16 [AP/뉴시스]
이란이 올 2월 28일 미국과의 전쟁 발발 뒤 봉쇄해 온 호르무즈 해협의 연안국인 오만이 이란과 함께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자발적 서비스료(voluntary service fee)’를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내 ‘자유 항행’을 강조해 온 미국과 ‘통행료 징수는 주권’이라는 이란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오만이 미국과 이란의 반발을 모두 의식해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CNN 등에 따르면 오만은 최근 미국과 서방국들에 호르무즈 해협 이용 선박이 서비스료를 내는 방안을 담은 공식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란이 원하는 통행료 징수에 동의하되, 미국의 반발을 의식해 ‘의무’가 아닌 ‘자발적인 납부’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협상팀은 오만의 제안서를 전달받았으며 각종 우려 사항을 오만과 협의할 뜻을 밝혔다.
미국은 국제법이 자유 통행을 보장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각국 민간 선박에 비용을 부과하려는 행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5월 오만이 이란과 협력해 해협에서 서비스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나라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면 폭격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오만의 서비스료 징수 구상은 동남아시아의 말라카 해협 및 싱가포르 해협에서 운영되는 ‘항행안전 기금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해협에서는 민간 재단이 각국 선박의 안전한 항행을 위한 자발적 기여금을 모으고 있다.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교장관은 지난달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수역을 안전하고 오염 없이 유지하는 데는 “의심할 여지 없이 비용이 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통행료 의무 부과에는 반대한다. 국제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며 강제 징수는 반대한다고 했다.
NYT는 오랫동안 중립국의 이미지를 쌓아 온 오만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 왔다며 이란 전쟁의 장기화로 역내 긴장이 고조되면서 오만 또한 “점점 더 어려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60일간의 추가 협상이 끝나면 통행료를 의무 징수할 뜻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지난달 30일 대국민 TV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영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해협에 대한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교차관도 “오만이 통행료 징수의 공동 관리 체계 구축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란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만의 서비스료 도입 움직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다른 걸프 아랍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AFP통신 등에 따르면 1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실무 대표단은 카타르 도하에서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을 통해 간접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와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이 도하를 방문 중이다. 이들은 전날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겸 외교장관과 면담했으나 실무 회담에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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