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IT사이언스팀 기자들이 IT, 과학, 우주, 바이오 분야 주목할만한 기술과 트렌드,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 회사 뭐길래?”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테크 기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디어부터 창업자의 요즘 고민까지, 궁금했던 그들의 모든 것을 파헤칩니다.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미국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를 한 번, 아니 여러 번 들여다보셨을 겁니다. 올해 주가가 특히나 급등한 기업으로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관심에 비해 이 기업이 무슨 일을 하는지, 한국과는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 알고 있는 이는 적은 것 같습니다.
그런 팔란티어가, 올해 3월 K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데요. 팔란티어와 ‘프리미엄 파트너’를 맺은 국내 기업은 KT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이에 동아일보가 KT의 변우철 P-Tech 본부장과 팔란티어의 아론 세게이(Aron Szekely) 테크 디렉터를 만나 팔란티어가 지향하는 바와 KT와의 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변 본부장=주가 상승 측면에서는 ‘룰 오브 40(40의 법칙)’이라는 지표를 꼽을 수 있다. 룰 오브 40이란,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 성장 지표를 합쳤을 때 40%가 넘는 회사는 좋은 회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팔란티어는 8분기 연속 40%를 넘겼다. 올해 2분기(4~6월) 때 가장 높았던 회사가 엔비디아였는데, 그 다음이 팔란티어였다. 즉, 팔란티어의 주가가 높은 것은 거품이 아니라 이유가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이 나오면서 많은 인공지능(AI) 기업들이 AI 회사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AI 챗봇 혹은 검색 증강 생성(RAG·검색과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기존 정보 검색 시스템의 강점과 생성형 LLM의 기능을 결합한 AI 프레임워크)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팔란티어는 실제 현장에 적용이 가능한 ‘실행형 AI’를 유일하게 증명하고 있는 회사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차별점인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온톨로지’(파편화된 데이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통합하는 것)다.
세게이 디렉터=팔란티어 엔지니어들은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해야한다’는 것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것 같다. 고객이 가치를 느낄 만한 것을 찾고, 그와 관련된 프로덕트를 제공함으로써 산업을 선도한다는 마인드셋에 기반해 계속 성장해왔다.
팔란티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더 큰 나라들도 많을 것 같은데.
변 본부장=한국의 GDP 규모는 세계 10위권이고, 제조업 역량은 글로벌 탑 수준이다. 그리고 한국은 규모가 큰 그룹사 중심의 성장 정책을 가져왔다. 이는 팔란티어가 규모가 있는 회사들과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통해 실제 고객 문제를 해결하고 큰 리턴을 만들어내는 성장 방식과 잘 맞는다.
세게이 디렉터=한국은 제조업 뿐 아니라 파이낸스 섹터에서도 굉장히 규모가 있고, 기술 레이어도 잘 갖추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가 한계를 돌파하려는 마인드셋인데, 이는 팔란티어의 지속적인 성장 및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마인드셋과 일치한다.
현재 팔란티어를 사용하는 한국 고객들은 상위 10위권 안에 포진해 있는 대기업들이다. 나아가 팔란티어는 한국 내 20위~30위 대기업을 주요 타겟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KT와 팔란티어가 협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변 본부장=과거 KT의 이미지는 ‘거대한 공룡’이었던 것 같다. 오랜 역사와 업력을 바탕으로 내공을 가지고 있는 회사지만, 변화의 주기가 상당히 빨라진 AI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해답을 AX(AI 전환)에서 모색하기로 했다.
KT는 팔란티어와 프리미엄 파트너십을 통해 ‘AX 액셀러레이터’로 도약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고객 문제 해결을 사명으로 하는 팔란티어의 핵심에는 FDE(Forward Deployed Engineer) 모델이 있는데, KT는 이러한 FDE의 역량을 내재화하고자 하고 있다. FDE는 고객과 똑같이 고민하며 고객의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엔지니어다. 그동안 한국시장에서 길러진 팔란티어 엔지니어가 20여 명인데, 이 가운데 절반이 KT에 합류했다.
프리미엄 파트너십의 차별점 중 하나는, 다른 파트너와 달리 실제 KT 내부 과제에 팔란티어를 도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것은 고객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고객에게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인데, 우리 스스로 해결해본 경험이 없는데 그것을 고객에게 판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역량을 팔란티어로부터 이전받고, 내재화도 단단히 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연말까지 30명 수준의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채용과 내부 과제도 수행하고 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팔란티어와 공동으로 협의하고 있다.
세게이 디렉터=FDE의 핵심 능력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한 가지는 ‘분해(Decomposition)’ 능력이다. 문제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역으로 질문하고 파고들어 실제로 의사결정이나 액션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내는 역량이다. 다른 한 가지는 ‘오너십(Ownership)’이다.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변 본부장=한국 금융 산업에 대한 리세일 독점권을 팔란티어로부터 부여받았다. 온프레미스(On-premises·서버에 직접 설치해 운영) 기반의 보수적이고 규제가 강한 한국 금융 산업에 AX를 도입하겠다는 도전의식이 반영돼있다.
금융 산업에 AX를 도입하면 보안 측면에서 위험이 따르지 않나.
세게이 디렉터=팔란티어와 KT가 함께 개발한 것이 SPC(Secure Public Cloud)다. 굉장히 높은 수준의 보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인데, 클라우드 안에 들어오는 모든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한편 한국 내에서만 존재하고 백업될 수 있도록 한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유저들은 최소한의 권한으로만 활동할 수 있고, 악의적인 데이터 변경은 제한된다. 여기에 더해 ‘파운드리 시큐리티 에코시스템’을 통해 데이터 레벨에서 개인정보나 대외비 정보를 보호하는 등 보안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했다.
변 본부장=SPC와 같은 공개형 클라우드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낭설이 많은데, 오히려 온프레미스보다 더 강력한 보안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시대의 기술적 변화를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는 매번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내로라 하는 시티은행도 팔란티어의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을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
금융 산업에서 AX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KT가 SPC 환경을 만들고 팔란티어와 이것을 발전시켜나가는 이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