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도 카운터스트라이크도 뿌리는 이것! 게임 모드의 세계 [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4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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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게임사 크래프톤의 기둥인 ‘펍지: 배틀그라운드’를 잘 아시나요? 대형 맵에서 100명의 인원이 최종 1인이나 팀이 승리할 때까지 생존 대결을 펼치는 게임으로,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1월에는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무려 320만 명이 넘는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역대 스팀 게임 중 가장 많은 동시접속자 수를 모았고, 25년 올해도 90만 명이 넘는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모바일 버전도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시장 등에서도 인기를 모으고 있죠.

펍지: 배틀그라운드의 뿌리는 모드 (제공=크래프톤)
펍지: 배틀그라운드의 뿌리는 모드 (제공=크래프톤)

모드가 뭐야?

이처럼 엄청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펍지 배틀그라운드’의 뿌리는 사실 이용자가 제작한 모드(Mod)가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드는 영어 단어 ‘Modification’의 줄임말이죠.

모드는 게임의 본 게임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추가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말합니다. ‘모더’라 불리는 제작자가 게임의 엔진, AI, 맵 등을 변형해 자신의 입맛이나 이용자들이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해 내놓은 결과물이죠.

넓게 보면 한국어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게임의 한국어화 패치도 모드의 일종입니다. 개념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의 맵 에디터를 사용해 설정 등을 변경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유즈맵 세팅도 일종의 모드로 간주할 수 있죠.

브랜든 그린이 모드 개발자로 활약한 아르마 3 (출처=스팀)
브랜든 그린이 모드 개발자로 활약한 아르마 3 (출처=스팀)

‘펍지 배틀그라운드’는 ‘플레이어 언노운스’로 알려진 개발자 브랜든 그린이 만든 모드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PUBG(펍지)라는 이름이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줄인 것이니 브랜든 그린이 게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대략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브랜든 그린은 사진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였는데요. FPS 게임 ‘아르마2’의 좀비 서바이벌 모드인 ‘DayZ’를 즐기면서 다른 이용자와 함께 본격적인 모드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DayZ’의 파생 모드인 배틀로얄 모드를 만들었고, 이를 ‘아르마3’에서 더 발전시켜 선보였으며, 배틀로얄 장르의 인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그는 ‘H1Z1’의 배틀로얄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고, 이후 블루홀지노게임즈에 합류해 ‘펍지 배틀그라운드’를 완성했습니다. 브랜든 그린이라는 모드 제작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펍지 배틀그라운드’는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하프라이프의 모드에서 탄생한 카운터스트라이크 (출처=스팀)
하프라이프의 모드에서 탄생한 카운터스트라이크 (출처=스팀)

전 세계 최고 인기 FPS 게임인 ‘카운터 스트라이크 2’의 뿌리도 1999년 ‘구스맨(Gooseman)’이라 불리는 민 리와 ‘클리프(Cliffe)’라 불리는 제스 클리프라는 두 명의 모드 개발자가 개발해 선보인 모드에 있습니다.

두 모더가 선보인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전술적 게임플레이와 팀 기반 대결을 혼합한 형태로 구성돼 기존의 FPS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깃발 뺏기나 모두가 적인 형태의 멀티 플레이가 주를 이루던 시장에서 테러리스트와 대테러리스트 진영이 펼치는 대결은 어마어마한 흥미를 끌었고,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모드 출시 후 반년도 지나지 않아 ‘하프라이프’의 멀티를 휩쓸며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죠.

결국 하프라이프의 개발사 밸브가 모드 개발자를 영입해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독립 게임으로 선보였습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후속작으로 등장한 ‘카운터 스트라이크 2’는 지금도 180만 명이 넘는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화장지 방향까지 고치는 모드의 세계

이용자 모드의 세계에는 이런 거창한 게임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자그마한 요소들을 수정하는 모드도 있죠. 대표적인 것이 ‘폴아웃’ 시리즈의 화장지 방향을 고치는 모드입니다. ‘폴아웃 4’의 화장실 휴지걸이에는 화장지가 걸려 있을 정도로 게임 디테일이 살아있는데요.

화장지 방향만 수정하는 모드도 있다. (출처=넥서스모드)
화장지 방향만 수정하는 모드도 있다. (출처=넥서스모드)

한 이용자는 화장지가 걸려있는 방향이 불편했었나 봅니다. 화장지의 방향이 벽 쪽인지 아니면 사용자 쪽인지 설정할 수 있는 모드를 제작해 공개했습니다. 별다른 기능은 없고 오직 화장지가 걸려있는 방향만 변경하는데요. 무려 3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내려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죠.

게임 속 캐릭터의 외형을 더 멋지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모드들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서양 게임 시장에서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나 PC(정치적 올바름)를 강조하면서 캐릭터의 외형을 그저 아름답게 묘사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파이널판타지 7 리버스 티파 비키니 모드 (출처=넥서스모드)
파이널판타지 7 리버스 티파 비키니 모드 (출처=넥서스모드)

너무나 현실적인 캐릭터의 외모에 좌절한 이용자들이 미형의 캐릭터로 게임 속 캐릭터를 교체하고 있죠. 여기에 더 많은 노출을 원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비키니 차림이나 성인을 위한 모드들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고요. 게임 속 캐릭터를 다른 게임의 캐릭터로 바꿔주는 모드도 참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PC로 등장하는 게임들이 최적화가 좋지 못하다 보니 게임의 그래픽 퀄리티는 최대한 유지하면서 성능을 개선하는 최적화 모드까지 이용자 모드를 통해 등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게임동아 조광민 기자 jgm21@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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