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은 흡연자가 연초담배 대신 전자담배로 바꾸거나 금연하면 심혈관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자담배가 금연만큼 효과적인 건 아니다.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은 동맥경화, 혈전 등으로 좁아지거나 막힌 관상동맥을 넓히는 시술이다. 최기홍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사진)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은 흡연자들의 전자담배 전환 예후: 한국 전국 연구’를 지난해 10월 유럽심장저널에 게재했다.
최 교수는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흡연 경험이 있는 1만7000명에 대해 조사했다. 연구팀은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를 △계속 일반 담배를 피운 그룹 △전자담배로 전환한 그룹 △완전히 금연한 그룹 등으로 나눠 예후를 면밀히 분석했다.
최 교수는 “흡연이 심혈관계 합병증의 치명적 원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환자에게 시술 후 담배를 꼭 끊어야 한다고 강조해도 대개 금연에 실패한다. 어떻게 하면 금연을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번 연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텐트 시술을 받은 흡연자가 전자담배로 완전히 전환했을 때 심혈관 합병증 위험이 18% 낮아졌다. 합병증은 심장 관련 사망, 심근경색 재발, 재시술 등을 말한다. 최 교수는 “일반 담배는 니코틴 외에도 연소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발암물질이 나오는 반면, 전자담배는 태우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해물질이 적고 합병증 위험이 낮아졌다”며 “금연했을 때도 심장 혈관 합병증 위험이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비슷한 수치로 낮아졌다고 해서 전자담배가 금연만큼 효과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최 교수는 전자담배로 전환한 환자들이 일반적으로 더 젊고 금연 그룹에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담배를 끊은 환자도 포함돼 두 그룹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스텐트 시술 환자의 흡연 위험성은 매우 심각하다. 최 교수는 스텐트를 삽입한 환자들이 계속 흡연하면 스텐트 혈전증 등 심근경색 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금연은 단순한 건강 습관이 아닌 매우 중요한 치료법”이라며 “보건소 금연클리닉, 약물 치료, 금연 패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금연을 시도하는 게 최선이지만, 금연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도구로 고려해 보는 것도 차선책”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자담배와 심혈관 질환 간 연관성을 대규모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 교수는 앞으로도 환자의 건강 증진을 위한 실용적인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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