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기후 위기 직격탄…“세계 최고 인기 과일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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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5월 13일 1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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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일 중 하나인 바나나의 미래가 어둡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바나나 재배지 3분의 2가 2080년까지 바나나 재배를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온 상승, 극심한 기상 이변, 기후 변화에 따른 해충 번성이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와 같은 바나나 재배 국가를 강타하여 수확량 감소 등 지역 사회를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영국 자선 단체 크리스천 에이드(Christian Aid)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밝혔다.

바나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이며 밀, 쌀, 옥수수에 이어 4번째로 중요한 식량 작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바나나의 약 80%는 현지에서 소비되며, 4억 명 이상의 사람이 하루 섭취 칼로리의 15~27%를 바나나에 의존한다.

세계 각국의 슈퍼마켓에 공급되는 바나나의 약 80%를 중남미와 카리브 해 지역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이 지역들은 극심한 기상 변화와 기후 재해에 가장 취약한 곳에 속한다.
사진=크리스천 에이드 제공.
사진=크리스천 에이드 제공.

지금 우리가 먹는 바나나의 대부분은 캐번디시 종이다. 원래는 향이 짙고 당도가 높은 그로 미셸 종이 대세였다. 하지만 1960년대 치명적 곰팡이 병인 파나마 병이 유행하면서 사실상 멸종했다. 캐번디시 종은 병충해에 강한 내성을 갖도록 개발한 새로운 품종이다.

바나나 품종은 수백 가지다. 하지만 과일 대기업들은 풍미, 내한성(추위를 견디어내는 성질), 높은 수확량 때문에 캐번디시 종을 선택했다. 캐번디시는 지난 40여 년간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일 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캐번디시 바나나는 민감한 과일이다. 잘 자라려면 15℃~35℃의 기온과 적당한 양의 물이 필요한데, 물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 캐번디시 바나나는 폭풍우에 취약하다. 강풍에 잎이 찢어지고 떨어지면 광합성이 훨씬 어려워진다. 캐번디시 바나나는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급변하는 기후에 특히 취약하다.

기후 위기는 재배 환경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다. 해당 지역에선 곰팡이 병이 확산해 바나나 재배지를 파괴하고 있다. 흑엽 곰팡이는 바나나의 광합성 능력을 80%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기온 상승과 불규칙한 강우와 홍수는 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이 곰팡에게 최적의 서식 환경을 제공해 더욱 번성케 한다.

기후변화는 특히 바나나 뿌리를 썩게 만드는 또 다른 곰팡이 병인 파나마 병의 확산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온 상승과 잦아진 기상 이변 등의 영향으로 파나마 병을 유발하는 토양 매개 미생물인 푸사리움 열대종 4 (Fusarium Tropical Race 4)가 퍼지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사진=크리스천 에이드 제공.
사진=크리스천 에이드 제공.

한 바나나 재배 농민은 기후 위기가 바나나를 죽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과테말라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농부 아우렐리아 팝 소(53) 씨는 “기후 변화로 작물이 죽어가고 있다. 팔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에 수입이 없다. 내 농장이 죽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바로 죽음”이라고 크리스천 에이드 연구원들에게 토로했다.

“바나나는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일 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필수적인 식량이기도 하다. 기후변화가 이 중요한 작물에 미치는 위험에 대해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한다”라고 크리스천에이드 정책 책임자 오사이 오지그호가 말했다.

이 단체는 기후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부유한 국가들이 기후 변화와 무관함에도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나나#기후위기#기후변화#곰팡이병#파나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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