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청력 손실 위험이 24% 높다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이, 소득, 우울증, 만성 질환, 유전자까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후에도 이 같은 연관성은 강하게 유지됐다.
이는 기존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다. 청력 손실이 외로움으로 이어져 사회적 고립·인지 저하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 기존 이론이었다. 이번 연구는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전혀 새로운 증거를 제시한다.
국제 학술지 건강 정보 과학(Health Data Science)에 지난 2일(현지시각) 발표한 논문은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성인 49민865명(여성 54.4%, 평균 나이 56.5세)의 건강·의료 정보를 조사하고, 이들을 12년 동안 추적 관찰해 얻은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 초기 ‘당신은 자주 외로움을 느끼십니까?’라는 설문에 참가자의 약 5분의 1(18.5%)이 “예”라고 답했다.
이후 12.3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1만 1596명(2.4%)이 새롭게 청력 손실 진단을 받았다. 감각신경성 난청이 가장 흔했다. 서울 아산병원에 따르면 감각신경성 난청은 달팽이관의 청각 세포로부터 뇌의 청각을 담당하는 부위까지의 신경조직에 이상이 생겨 청력이 저하되는 현상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은 데이터를 심층 분석하면서 나이, 성별, 신체 건강, 흡연, 음주와 같은 생활 습관, 우울증, 사회적 고립, 사회경제적 지위, 심지어 청력 손실에 대한 유전적 소인까지 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운 사람들은 외롭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청력 손실 위험이 24% 더 높았다.
외로움이 귀에 해로운 이유는?
여러 가지 경로가 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염증 증가, 혈압 상승, 스트레스 시스템 활성화)을 유발하며, 이는 귀의 섬세한 구조를 손상시킬 수 있다.
외로운 사람들은 흡연이나 음주, 신체활동 부족과 같은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청력 손실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경제적 어려움이 더 크게 작용했다. 외로움과 청력 손실 사이의 연관성에서 16.7%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축적된 증거에 따르면 외로움이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외로움 → 청력 손실, 여성에게 더욱 두드러져
외로움과 청력 손실과의 연관성은 여성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외롭다고 토로한 여성은 청력 손실 위험이 30% 증가했다. 반면 외로운 남성은 18%에 그쳤다.
연구진은 외로운 여성이 심혈관 질환과 염증에 더 취약하다는 이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의 외로움이 건강 상태에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외로움이 청력 손실의 선행 지표 중 하나라는 것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외로움이 청력 손실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게 아니라 외로운 사람들이 청력을 잃을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외로움과 청력 손실, 특히 감감신경성 난청의 위험 증가 사이에 주목할 만한 연관성이 있다”며 “외로움을 해결하는 것이 청력 손실 예방의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