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피, ‘새 피’로 바꾸면 젊어질까? 첫 임상시험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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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5월 29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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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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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피’로 교환하면 더 오래 살수 있다는 가설이 부분적으로 입증됐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혈장분리 교환술과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를 병용한 결과 생물학적 연령이 평균 2.6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참가자 수가 적고, 장기간 추적 관찰하지 않은 소규모 연구의 한계가 뚜렷하다며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상시험 결과는 국제 학술지 노화 세포(Aging Cell)에 게재됐다.

혈장분리 교환술은 혈액 내의 혈장을 분리한 뒤 환자에게 유해한 병적 물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한 혈장을 다시 환자의 혈액으로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혈장은 혈액의 액체 성분으로, 혈구 세포(적혈구, 백혈구, 혈소판)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가리킨다. 전체 혈액의 약 55%를 차지한다. 주로 물(90%)로 구성되어 있지만 다양한 물질이 녹아 있어 인체의 정상적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장분리 교환술은 특정 혈액 질환, 자가 면역 질환, 신경학적 질환에 효과가 있는 치료법으로 알려졌다.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일반적으로 의료보험 적용을 받는다.

다만 치료 과정에서 기계 고장으로 인한 적혈구 손상, 빈혈 발생, 감염 위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치료가 노화 방지 목적이라면 보험 적용이 안 된다. 미국의 경우 많은 장수 클리닉에서 회당 수백만 원에 이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연구진은 평균 나이 65세인 42명의 참가자를 4개 그룹으로 나눠 몇 달 동안 각각 다른 치료를 했다.

첫 번째 그룹은 격주로 혈장분리 교환술을 처치했다.
두 번째 그룹은 격주 혈장분리 교환술에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를 병행했다.
세 번째 그룹은 월1회 혈장분리 교환술만
네 번째 그룹은 대조군으로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 수개월 간 혈장분리 교환술을 받은 사람들은 대조군에 비해 노화에 따라 축적되는 생물학적 화합물의 농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생물학적 연령 감소를 보였다는 의미다.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를 병용한 경우 효과가 가장 커 평균 2.61년의 생물학적 연령 감소를 보였다. 세포 노화 관련 단백질을 조절하고 면역 세포의 구성 변화를 이끌어 면역 기능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리루빈, 혈당, 간 효소 등의 수치도 개선됐다.

혈장 분리 교환술만 받은 사람들은 평균 1.32년 감소했다.

치료 효과는 첫 3회까지가 가장 강력했다. 이후에는 치료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혈장분리 교환술 관련 업체인 서큘레이티 헬스(Circulate Health)의 후원을 받은 벅 노화 연구소( Buck Institute for Research on Aging)가 주도했다.

메디컬익스프레는 혈장분리 교환술의 노화 방지 가능성을 탐구한 최초의 임상시험이라고 전했다.

벅 노화 연구소의 사장 겸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에릭 베르딘 (Eric Verdin)박사는 “자동차 엔진오일을 주행거리 5000킬로미터 마다 교환하는 이유는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며 우리의 혈액 또한 잠재적으로 해로운 입자들이 축적될 수 있으며, 혈장분리 교환술로 이를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혈장분리 교환술을 연구하는 다른 많은 과학자들은 이 치료를 통해 생물학적 노화를 거스를 수 있다는 이론에 회의적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건강한 사람에게 혈장 교환이 미치는 노화 방지 효과는 대규모 임상 시험에서 입증되지 않았으며, 채혈 후 혈장을 다른 수액으로 대체하는 것은 명확한 효과 없이 불필요한 합병증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앨라배마 대학교 버밍엄 캠퍼스의 혈액은행 의료 책임자인 카타윤 포마니(Katayoun Fomani)교수가 NYT에 말했다.

해당 치료법은 기계가 혈액에서 혈장을 분리하여 제거하고, 기증 혈장이나 대체 수액으로 대체한 후 환자에게 다시 혈액을 공급한다. 대체 수액에는 종종 식염수와 단백질 혼합물이 포함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 면역 체계를 강화하거나 특정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항체나 약물을 주입하기도 한다. 이 과정은 일반적으로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신시내티 대학교 혹스워스 혈액 센터의 임시 공동 소장인 캐롤라인 알퀴스트(Caroline Alquist) 박사는 혈장분리 교환술의 노화 방지 효과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동물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결과가 반드시 인간에게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다고 NYT에 말했다.

지금까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미 노화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 초점을 맞췄다.

약 350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약 14개월 동안 혈장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위약 치료를 받은 사람들보다 인지 능력 저하가 더 느리거나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혈장 치료가 간 질환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다른 소규모 연구 결과도 있다.

메이요 클리닉 수혈 의학부의 제프리 윈터스(Jeffrey Winters) 박사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지만 혈장 교환이 사람들의 생명 연장이나 건강 개선에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지는 못했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이 연구가 노화 방지 효과를 증명하기에는 너무 소규모이며, 참가자들을 몇 달 이상 추적하지 않아 혈장 교환의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피#혈액#혈장분리 교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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