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방지법은 약장이 아닌 주방에 있는 듯하다. 녹차, 마늘과 같은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면 신체 나이를 시간 순이 아닌 생물학적으로 측정하는 ‘후성유전학적 나이’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술지 노화(Aging)에 최근 발표한 미국 워싱턴 대학교와 국립 자연의학 대학교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메틸 어댑토젠(methyl adaptogens)이라는 자연 화합물이 포함된 특정 식물성 식품이 생물학적 나이라고도 부르는 후성유전학적 나이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성분이 풍부한 특별 식단을 규칙적으로 섭취한 사람들은 단 8주 만에 생물학적 나이가 평균 2년 감소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희귀한 슈퍼 푸드가 아니다. 노화 방지 성분이 풍부한 식품은 동네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녹차, 우롱차, 마늘, 강황, 로즈마리 그리고 딸기나 블루베리와 같은 베리 류다.
연구진은 50~72세의 건강한 남성 43명을 대상으로 8주간 진행한 ‘메틸화 식단 및 생활방식(MDL)’ 연구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식물성 식품 위주의 식단과 함께 운동, 명상, 수면, 스트레스 개선 등 생활습관 지침을 받았다.
연구 결과 8주간의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른 사람들은 기존 생활 습관을 유지한 사람들(대조군)에 비해 후생유전학적 나이가 평균 2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학적 나이는 세포 수준에서 신체의 노화 과정을 반영하는 DNA 메틸화를 사용해 측정했다.
반면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은 사람들은 생물학적으로 약 1년 정도 더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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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여러 변수를 조정한 후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며 이는 음식 자체가 생물학적 노화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메틸 어댑토젠이 풍부한 이 식품들이 가진 노화 방지 효과의 비결은 무엇일까?
연구자들에 따르면 녹차의 EGCG, 강황의 커큐민(curcumin), 마늘의 알리신(allicin), 베리류의 안토시아닌(anthocyanins), 로즈마리의 로즈마린산(rosmarinic acid)과 같은 폴리페놀 성분들이 노화와 관련된 효소 및 체내 세포의 분화, 증식과 성장, 사멸 및 대사 등을 조절하는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로는 심장 질환, 당뇨병, 신경퇴행성 질환, 암 등 나이와 관련된 질환에서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는 비교적 소규모(중년 남성 그룹)로 진행되었지만, 채소, 과일, 차에 풍부한 폴리페놀이 포함된 식단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지중해 식단과 일본 전통 식단의 건강상 이점을 보여준 기존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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