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경도요양병원
재활-요양병원-요양원이 한 단지에
냄새-낙상-외상-욕창 없는 4무 선언
병실에 음악나오면 환자 자세 바꿔
경도요양병원은 환자 중심의 ‘존엄 케어’ 실천 사례로 전국에서 손꼽힌다. 사진은 경도요양병원 입구.
경북 안동역과 안동터미널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그 길에서 차로 3분 거리에는 복주회복병원이, 20분쯤 더 가면 예천의 경도요양병원이 자리한다.
인덕의료재단(이사장 이윤환)이 운영하는 이 두 병원은 환자 중심의 ‘존엄 케어’ 실천 사례로 전국에서 손꼽힌다. 재활병원, 요양병원, 요양원이 한 단지 안에 함께 운영되는 국내 최초의 재활형 ‘의료복지복합체’이기도 하다.
이윤환 이사장은 2006년 요양병원부터 시작해 2020년 재활병원, 2021년엔 요양원을 열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옮겨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단지다. 그는 “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급성기 재활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적용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된다.
경도요양병원 신관 병실.2013년 이 이사장은 ‘냄새·낙상·와상·욕창’이 없고 기저귀와 억제대를 쓰지 않는 ‘4무(無)2탈(脫)’을 선언했다. 이른바 존엄 케어로 환자 삶의 질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병원 환경 자체를 바꾸자는 시도였다. 그 계기는 일본 견학이었다. 일본 노인 의료의 보험, 제도, 시설 등을 살펴본 후 큰 충격을 받아 ‘한국형 존엄 케어’를 실현하겠다는 꿈을 품은 것이다.
경도요양병원과 복주회복병원에서는 2시간마다 음악과 함께 환자의 체위 변경과 환기를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냄새와 욕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간병인과 직원이 팀을 이뤄 환자를 목욕시키고 돌보며 치위생사를 채용해 환자의 구강 청결까지 관리한다.
경도요양병원 온돌 병동. 인덕의료재단 제공경도요양병원에는 환자의 낙상 방지를 위해 ‘온돌 병동’을 만들었다. 침대 대신 바닥에서 생활하는 구조다. 온돌 병동에 온 지 2주 만에 스스로 일어나 변기를 잡고 용변을 볼 수 있게 된 환자도 있다. 바닥 생활이 자연스러운 재활 훈련이 된 셈이다.
이 외에도 아침마다 환자의 몸 상태를 살펴 욕창을 방지하는 ‘모닝 케어’, 소독제를 사용하지 않고 간호사들이 직접 만든 패드로 욕창을 치료하는 ‘개방식 습윤 요법’, 평일과 공휴일 재활 프로그램 등으로 4무를 실현했다. 환자를 묶어두거나 신경안정제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환자 손에 인형을 쥐여주는 등 직원들이 직접 나서 존엄 케어를 실현할 방법을 고안했다.
이 이사장은 ‘직원의 자존감이 존엄 케어의 질을 좌우한다’는 신념으로 직원들의 자긍심을 북돋아 주고 복지를 강화하는 데 힘썼다. 거의 모든 직원이 매일 하루를 마무리하며 5가지 감사 일기를 작성해 공유하고 분기마다 독서 토론을 진행한다.
한편 안동시의 복주회복병원은 전국 최초로 다제내성균 감염 환자를 위한 격리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복주요양병원은 정리해 경도요양병원으로 통합했고 향후 회복병원의 병상 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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