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 손가락
운전이나 가사 노동해도 걸려
50대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
심하면 스테로이드치료나 수술
홍은심 기자
손가락의 반복적인 사용은 손과 손목에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사용 시간이 크게 늘면서 손목이나 손가락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방아쇠 손가락’은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는 과정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가져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방아쇠 손가락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최근 10년간 50%가 넘게 늘었다. 특히 50대 여성이 가장 많았는데 2023년 기준 50대 여성 환자가 6만3879명에 이르렀다.
방아쇠 손가락에 좋은 운동법. 중 손가락 관절은 편 상태로 유지하면서 손가락 관절을 사진처럼 구부렸다가 펴는 동작을 틈나는 대로 10∼20회 반복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방아쇠 손가락에 좋은 운동법. 중 손가락 관절은 편 상태로 유지하면서 손가락 관절을 사진처럼 구부렸다가 펴는 동작을 틈나는 대로 10∼20회 반복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손가락에는 손가락 힘줄을 싸고 있는 약 7개의 도르래(활차)가 있다. 손가락을 굽히는 힘줄이 움직일 때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도르래가 좁아지거나 힘줄이 두꺼워지면 손가락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하기 어려워진다. 힘줄이 도르래에 걸려 있다가 한 번에 통과하면서 ‘딱’ 하는 소리가 나면서 움직여진다.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방아쇠 손가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방아쇠 손가락이 발생하는 원인은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통은 반복적인 주먹의 움켜쥠이나 직업과 취미 생활에서 반복적인 손의 사용이 원인이 된다. 운전대를 오래 잡는 직업, 골프나 테니스처럼 기구를 쥐고 하는 운동, 손이나 손가락에 힘을 주는 가사 노동을 빈번하게 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발생률이 수배까지도 올라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단은 어렵지 않다. 특징적으로 손가락을 못 펴다가 ‘탁’ 하고 펴지는 느낌이 있거나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할 때 ‘딸깍’ 하고 걸리는 느낌이 있으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진찰만으도 진단할 수 있으나 다른 병변을 배제하기 위한 X-레이와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할 때는 딸깍거림이 사라지면서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심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도르래 부위를 눌러 봤을 때 압통이 있고 아침에 증상이 더 심하다면 딸깍거림이 없더라도 방아쇠 손가락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방아쇠 손가락의 치료는 증상에 따라 다르다. 경증의 방아쇠 손가락은 손 사용을 줄이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불편감이 심하다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먼저 고려하게 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구기혁 교수는 “손바닥에서 손가락이 시작하는 부위에 있는 A1 활차에서 발생하므로 스테로이드는 손바닥에 주사한다”라며 “주사 이후 일주일 후부터는 대부분 증상이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해서 맞으면 심한 합병증인 힘줄 파열이 보고된 바 있어 2회를 초과하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신중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에도 재발하거나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부분 마취하에 약 1.5㎝ 정도만 절개하는 수술로 5∼10분가량 소요된다. 수술은 방아쇠 손가락의 원인이 되는 손바닥의 A1 활차를 절개해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를 열어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수술 직후부터 바로 가벼운 일상생활에서 손 사용이 가능하다. 이와 동시에 유착을 막기 위해 수술 직후부터 손가락을 굽혔다 펴는 재활 운동을 시작한다. 반복적인 손의 사용과 오랫동안 강하게 쥐는 동작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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