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 흔히 ‘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는 이 해양 생물이 암 치료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른다.
특정 해삼 종에서 추출한 천연 화합물이 암세포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효소인 SULF-2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 연구는 미시시피 대학교와 조지타운 대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해삼은 어떤 생물?
해삼은 전 세계 바다에 서식한다. 수심이 얕은 근해부터 깊은 심해까지 골고루 분포한다. 바다의 삼(海蔘)이라는 이름(영어 이름은 ‘sea cucumber’로 바다 오이)과 달리 식물이 아닌 극피동물이다. 불가사리와 성게의 친척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해삼이 요리 재료와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해삼은 콜라겐, 필수 비타민, 생리 활성 물질이 풍부하며, 인삼과 도라지 같은 전통 약용 식물에서 발견되는 사포닌 성분도 포함되어 있다.
해삼의 독특한 당 화합물
해삼에는 다른 생물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독특한 구조의 당 화합물이 풍부하다. 연구진은 미국 플로리다 해안에서 주로 발견되는 ‘Holothuria floridana’라는 해삼 종에서 추출한 푸코실화 콘드로이틴 황산염(fucosylated chondroitin sulfate)에 주목했다.
실험실 실험과 첨단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이 화합물이 SULF-2 효소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ULF-2 효소와 암세포 성장의 관계
SULF-2 효소는 세포 표면의 글리칸(glycan) 구조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글리칸은 면역 반응, 세포 간 통신, 위협 탐지 등을 조절하는 복잡한 당 사슬 구조이다.
암세포에서 SULF-2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성장 가속화: 암세포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
-전이 촉진: 주변 조직으로의 침투를 돕고, 혈관이나 림프계를 통해 퍼지도록 지원.
-생존 지원: 혈관 형성을 촉진하여 암세포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고, 암세포 생존에 유리한 미세환경을 구축.
-면역 회피: 암세포 표면 구조를 변경하여 면역 체계의 공격 회피.
SULF-2를 억제하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암세포 성장과 전이 억제.
-암세포 주변 미세환경의 악화 방지.
-면역 체계의 암세포 공격 능력 강화.
안전한 암 치료의 가능성
해삼에서 발견된 화합물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안전성이다. 현재 SULF-2를 억제하는 치료제는 혈액 응고를 방해하는 부작용이 있어 암 환자에게 치명적인 출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가 연구 중인 이 특정 화합물은 그러한 부작용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유망합니다”라고 연구 공동 저자인 조슈아 샤프(Joshua Sharp) 미시시피대 약학과 교수가가 설명했다.
해양 생물이 제공하는 더 나은 해결책
해양 생물, 특히 해삼에서 추출한 화합물은 육상 동물보다 바이러스 오염 위험이 낮아 더 안전한 자원을 제공한다. 이는 환자에게 더욱 안전한 치료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제와 미래 전망
해삼은 암 치료에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과도한 채취는 해양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연구진은 이러한 화합물을 지속 가능하게 생산할 수 있는 화학 합성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성공한다면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을 통해 본격적인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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