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색소변성증은 점진적으로 망막 기능이 저하되고 시각 세포가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유전성 질환이다. 눈 안쪽에 위치한 망막은 빛을 감지하고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한다. 이곳에 있는 광수용체 세포들이 손상되면서 시력 저하가 시작된다. 주요 증상으로는 빛이 약한 환경에서 잘 보이지 않는 야맹증과 주변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시야 협착이 있다. 야맹증은 어두운 곳에서 시야 적응이 늦어지거나 잘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은 보통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이런 증상을 처음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밝은 조명 아래에서는 증상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서 초기에는 이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이 진행되면 주변 시야가 점점 좁아져 마치 좁은 터널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터널 시야’ 상태가 된다. 결국 중심 시야만 남게 되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손상돼 중심 시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이 질환은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며, 현재까지 300여 개 이상의 유전자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우성, 열성, 또는 성염색체 연관 유전 형태를 보이며 가족력이 없는 단독형 환자도 존재한다. 유전 형태와 원인 유전자에 따라 발병 시기 및 증상의 진행 속도에 차이가 있다. 우성 유전인 경우 중심 시력이 비교적 오래 유지되는 반면, X 염색체 연관형에서는 젊은 나이에도 심각한 시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가족력을 먼저 확인한다. 또한 시력 검사, 안압 측정, 굴절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진행한다. 안저 검사로 망막 상태를 확인한다. 망막전위도 검사(ERG)를 통해 광수용체 세포의 기능을 평가하고 시야 검사를 통해 시야 협착 정도를 확인한다. 또 광간섭단층촬영(OCT)으로 망막 층의 두께와 손상 여부를 자세히 관찰한다. 필요에 따라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유전자를 확인하기도 한다.
현재 망막색소변성증을 완전히 치료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 줄기세포 이식, 인공 망막 장착 등 다양한 치료법을 연구 중이다.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을 잘 관리해야 한다. 오메가-3, 루테인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영양제를 섭취하고 강한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글라스나 보호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된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시력 악화를 가속화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망막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하는 희귀 질환이다.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은 병이 진행되면서 시야가 줄어들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럴 때는 생활 환경을 최대한 익숙하게 유지하고, 야간 활동 시 동행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또한 시력 보호를 위한 보조 기구 사용과 재활 프로그램 참여도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
앞으로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 등 첨단 치료법들이 임상에 적용되면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의 예후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상을 조기에 인지하고 꾸준한 관리로 시력을 최대한 보호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건강한 눈을 오래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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