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릴 듯 말듯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무리는 십중팔구 여성이다. 이유가 있었다. 여성의 청력이 2데시벨(dB)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도 있다. 인종, 환경, 언어에 관계없이 전 세계 모든 인구에서 오른쪽 귀가 왼쪽 귀보다 약간 더 나은 청력을 일관되게 보인 다는 점이다.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영국 바스 대학교, 프랑스 툴루즈 생물다양성 및 환경 연구 센터(CRBE) 등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청각 민감도에선 나이에 비해 생물학적 성별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연구자들은 청력 차이를 주로 나이, 소음 노출, 유전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는 환경과 성별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번에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고지대 안데스 산맥의 마을부터 열대 우림과 대도시 중심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5개국 13개 지역에서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청각 민감도를 측정했다.
연구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지속적으로 더 높은 청각 민감도를 보였다. 이전 연구에서 제시된 특정 주파수뿐만 아니라 검사한 전체 주파수 범위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약 2데시벨의 차이가 있었고, 일부 집단에서는 특정 주파수에서 최대 6데시벨의 차이를 보였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잘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 가지 가설은 태아기 호르몬 노출과 관련이 있다. 이전 연구에서는 자궁 내 발달 과정 중 안드로겐 노출 수준이 남녀의 청각 시스템 발달에 다르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의 공동 제1 저자인 바스대 투리 킹 교수(밀너진화센터 소장)는 “민감도 차이는 자궁 내 발달 과정 중 호르몬 노출 차이와 달팽이관 해부학적 구조에서 남성과 여성이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뛰어난 청력은 단순히 민감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일반적으로 음성 인식을 포함한 다양한 청각 검사에서 더 나은 성적을 보였다. 이러한 우위는 뇌에서 청각 정보 처리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주변 환경은 우리의 청각 능력을 물리적으로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공 소음이 거의 없는 숲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청각 민감도가 가장 높았고, 고도가 높은 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청각 민감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차이는 5~7데시벨로 제법 컸다.
도시와 시골 지역을 비교하면 도시 인구는 농촌 인구에 비해 청력 특성이 더 높은 주파수로 이동했는데, 이는 도시에서 흔히 발생하는 저주파 교통 소음을 걸러내기 위한 적응으로 추정된다.
양 쪽 귀는 똑같이 들을 수 있을까? 아니다. 앞서 소개했듯 오른쪽 귀가 조금 더 우세한게 일반적이다.
청각 민감도는 18세에서 55세 사이에 점차 감소하며, 35세경부터 더 현저한 감소가 시작된다. 오른쪽 귀는 모든 인구 집단에서 약간이지만 일관된 우위를 유지하는데, 이는 민족, 생태적 맥락 또는 언어와 관계없이 보편적인 특성으로 보인다.
한편 청력은 인지 기능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청력 저하는 인지 자극 저하와 사회적 고립을 유발해 치매 위험을 2배 이상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보청기를 착용하면 이 위험이 최대 48%까지 줄어든다. 대표적으로 관리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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