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양자역학 간극 메울 새 전자운동 이론, 국내 연구진이 내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8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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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박노정 UNIST 물리학과 교수, 김범섭 UNIST 물리학 박사(현 미국 펜실베니아대 박사후연구원). UNIST 제공
김경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박노정 UNIST 물리학과 교수, 김범섭 UNIST 물리학 박사(현 미국 펜실베니아대 박사후연구원). UN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아인슈타인이 내놓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잇는 ‘미싱링크’ 역할을 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할 만큼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사고를 비판했던 대표적인 학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상대성이론은 양자 중 하나인 전자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이론이 됐다.

단,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전제가 달라 일관된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두 이론을 연결하는 새로운 이론을 발견한 것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8일 박노정 물리학과 교수와 김경환 교수팀이 전자의 ‘스핀’을 고체 속에서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을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6월 27일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전자에는 ‘스핀’과 ‘궤도각운동량’이라는 두 가지 형태의 회전이 있다. 스핀이 지구의 자전이라면 궤도각운동량은 태양을 도는 공전에 해당한다. 스핀과 궤도각운동량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스핀-궤도 결합’을 통해 물질의 자성이나 전도성 등을 결정한다.

문제는 스핀-궤도 결합이 물질의 상태에 따라 상대성이론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있고, 양자역학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두 이론이 서로 다른 전제를 갖고 있어 스핀-궤도 결합을 하나의 방정식 안에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반도체, 고체 등에서는 궤도각운동량을 정의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연구팀은 궤도각운동량을 쓰지 않고 물질 내 스핀-궤도 결합을 설명할 수 있는 ‘스핀-격자 상호작용’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이론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이 새로운 계산법을 1차원 도체(백금 사슬), 2차원 부도체(질화붕소), 3차원 반도체(갈륨비소) 등 다양한 물질에 적용해 봤다. 그 결과 스핀 분포, 스핀 전류, 자기 반응 등을 기존 방식보다 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예측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소자 등의 설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내 전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측정해야 반도체 설계 단계에서 정확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연구팀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되던 계산적 비일관성을 해소한 방식”이라며 “향후 스핀 기반 전자 소자 설계에 기초 이론으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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