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은 기내커피 절대 안마신다?…항공기 물탱크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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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7월 12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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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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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항공사 승무원들이 자기들은 기내 커피나 차를 마시지 않는다며 항공기 물탱크에 대한 ‘불편한 진실’ 공개했다.

미국 라이프스타일 잡지 ‘서던 리빙(Southern living)’은 지난 2일 미국 국내외 다양한 항공사의 전·현직 승무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들은 “기내 커피와 차는 절대 마시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비행기에서 제공하는 커피나 차에 사용되는 물은 기내 탱크에서 나오는데, 이 탱크가 승객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깨끗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승무원은 “나는 기내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며 “기내 온수는 염소(소독제)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으면 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해당 냄새는 세척을 자주하지 않는 탱크에 사용하는 화학 소독제 냄새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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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탱크 내부 직접 목격하고 충격”
실제로 몇몇 승무원들이 비행기 물탱크 내부를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상태가 결코 깨끗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미국의 주요 항공사에서 7년간 승무원으로 일했던 미리엄 로슨은 “비행기 유지보수 중에 물탱크 내부를 본 적이 있다. 그 이후로는 무조건 병에 든 생수와 탄산음료만 마신다”고 말했다.

항공 업계에서 12년 이상 근무 중인 카즈 마르조도 “정비 직원들이 탱크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관에는 광물 찌꺼기가 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모 유명 항공사의 전직 승무원 디온 미첼도 “그 소문은 사실이다. 가능하면 밀봉된 음료를 마실 것을 권한다”고 동의했다. 이밖에 다른 여러 승무원들도 같은 의견이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항공기 8대 중 1대 꼴로 ‘부적합’
이 때문에 승무원들은 직접 자기 생수를 챙겨오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승무원들은 끓였거나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기내 물을 그냥 마시지 말라고 교육도 받는다고 5년간 아메리칸항공에서 근무한 스티브 닉슨은 말했다.

실제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항공기 급수 시스템에 대해 여러 차례 조사한 결과 항공기 8대 중 1대 꼴로 수질 안전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으며, 대장균을 포함한 세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물론 커피나 차를 우릴 때는 물을 뜨겁게 가열하긴 하지만, 고도가 높으면 물의 끓는점이 낮아져 충분한 살균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승무원들은 우려했다.

“개인적 걱정…30년 넘게 마셨지만 문제 없었다” 견해도
그러나 모든 승무원이 기내 커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비행기에서 차와 커피를 자주 마시면서 단 한번도 탈이 난 적이 없다는 승무원과 조종사들도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델타항공에서 35년간 근무한 메리 월리스 왈크는 “물탱크에 대한 소문은 끊이지 않았지만, 장거리 국제선을 타면 커피 없이는 못 버틴다. 졸음을 참으려고 우리 모두 커피를 몇 잔씩 마신다. 필수다. 그런데도 문제가 생긴 동료는 한 번도 못 봤다”고 말했다.

승무원이자 안전 전문가인 리처드 울프는 “저에게 이것은 확률의 문제다. 위험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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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정기적 청소에도…대체로 낮은 점수
실제로 항공사들은 정기적으로 물탱크를 청소한다. 미국 현행법상 항공사는 ‘식수 규정’(ADWR)에 따라 매년 최소 4차례 이상 물탱크를 소독·세척해야 한다. 연 1회 소독 시에는 매달 수질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환경보호청(EPA)은 규정 위반에 대한 실질적 처벌을 거의 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헌터칼리지 뉴욕시 식품정책센터가 2019년 발표한 ’항공기 식수 실태조사‘에서도 11개 주요 항공사와 12개 지역 항공사 중에 15곳이 기내 식수 안전 점수에서 5점 만점에 2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매체는 “결론적으로 위험성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반드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물탱크를 가까이서 본 승무원들은 대체로 조심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음료를 건네주는 사람이 정작 스스로는 마시지 않는다면, 그것은 선택을 다시 생각해볼 신호일 수 있다. 그렇게 해야 비행 중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행기#커피#물#항공사#기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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