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근육통을 가라앉히고, 염증을 완화할 목적으로 주로 하던 ‘얼음물 목욕’이 일반인 사이에서도 유행이다. 블랙핑크 제니도 애호가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제니는 지난해 공개된 한 영상에서 “몸의 통증과 긴장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라며 “투어와 공연을 반복하며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시작했다. 근육이 뻣뻣해지고 몸이 긴장될 때 콜드 플런지(얼음물 목욕)가 이런 긴장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호평했다.
얼음물 목욕은 근육 회복, 염증 감소, 혈액순환 개선, 정신적 각성 증진, 스트레스 완화 등을 아우르는 하나의 사업 모델로 급성장 하고 있다.
얼음물 목욕 산업, 급성장 추세
한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sphericalinsights)에 따르면 냉각 시스템을 갖춘 냉수욕 욕조(Cold plunge tub)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3억 3800만 달러(4640억 원)에서 2033년 약 4억 8300만 달러(6631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미로 얼음물 목욕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상업용(헬스장, 스파, 호텔, 병원 등)이 약 80%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가정용이다.
얼음물 목욕의 역사는 매우 길다. 현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냉수의 진통효과를 인정한 바 있다.
얼음물 목욕 효과? 설은 많지만 증거는 부족
일부 전문가들은 찬물이 피부에 닿으면 혈관이 수축해 혈류량이 줄어들면서 손상된 근육과 인대의 부기와 염증, 통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름 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일부 전문가도 있다.
얼음물 목욕의 물 온도는 보통 섭씨 3도에서 15도 사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얼음물 목욕은 정말 이러한 효과가 있을까?
영국 포츠머스 대학교의 인간·응용생리학자인 마이크 팁톤 교수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사무엘 코넬 연구원(박사 학위 취득 마지막 단계에 있는 박사 후보자(PhD candidate))은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며 되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사람이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얼음물 목욕 유행, 하지만 건강 위험 동반’이라는 제목의 글에 따르면 얼음물 목욕은 고강도 운동 후 근육통을 완화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작고 지속 시간도 짧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젊고 건강한 사람이 한 번 차가운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기분이 개선될 수 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정신건강 개선,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분비 증가, 신진대서 증진, 체중 감량에 대한 주장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면 어떤 위험이 있을까?
얼음물 목욕 욕조 홍보 사진.
얼음물 목욕에 따른 위험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는 행위는 강력한 생리적 반응을 유발한다. 섭씨 15도 이하의 찬물에 입수하면 몸은 곧바로 저온 충격(cold shock) 상태에 빠진다. 숨이 막히고 호흡이 가빠지는데 통제되지 않으며 심박수와 혈압이 급등한다.
수온이 너무 낮거나 찬 물에 지나치게 오래 머무르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심부 체온이 위험할 정도로 낮아지는 것으로 몸의 떨림, 혼란, 실신 같은 증상이 저체온증의 징후다.
심각할 경우 저온 충격은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본인이 알지 못하는 심장, 혈관, 뇌 관련 질환이 있을 경우 더욱 위험하다.
1969년 한 연구에 따르면, 경험이 많은 수영선수조차도 찬물에서는 몇 분 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이 밝혀졌다. 실험 참가자들은 옷을 입은 채 섭씨 4.7도의 물에 들어가 탈출을 가정하고 수영을 하도록 했는데, 일부는 90초 이내에 심각한 호흡 곤란을 겪으며 수영을 중단해야 했다. 이는 심부체온이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지기 훨씬 전에 일어난 일이다.
물에서 나온 후에도 심부 체온이 계속 떨어지는 잔류저체온(afterdrop)으로 인해 탈진하거나 쓰러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얼음물 목욕을 할 경우 젊고 건강한 사람조차도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인간의 몸은 차가운 물 속에서 장시간 버티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추위에 노출되면 손과 발의 신경과 혈관에 장기적인 손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를 비동결성 한랭 손상이라고 부르며 찬물에서 오래 머무를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무감각, 통증, 추위에 대한 민감성과 같은 증상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얼음물 목욕을 시도하기로 결정했다면 다음과 같은 팁을 따라 위험을 줄이라고 두 사람은 조언했다.
얼음물 목욕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여섯 가지 팁
첫째, 병원 검진 통해 본인이나 가족에게 심장·뇌졸중·호흡기 질환이 있는 지 확인하고, 있다면 하지 않기.
둘째, 본인의 한계를 파악하기. 체력이 좋다고 해서 저온 충격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셋째, 점진적으로 나아가기. 처음부터 찬물에 들어가지 말고 미지근한 물에서 점차 차가운 물로 진행.
넷째, 절대 혼자하지 않기. 특히 처음 시도하는 경우 위급 시 도움을 줄 사람이 필요.
다섯째, 시간과 온도 조절. 한 회에 3~5분을 넘기지 말고 물의 온도를 주의 깊게 살필 것.
6번째, 위험 신호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떨림 무감각, 혼란 같은 증상을 ‘극복해야할 과정’처럼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저체온증의 징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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