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골융합 기계신경 의족’ 개발
뼈에 금속 고정해 신경-근육 제어
기존 의족보다 움직임 자연스러워
실험 참가자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개발한 의족을 착용하고 두 다리 사이에 공을 끼워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하고 있다. MIT 미디어랩 제공
미국 연구팀이 환자의 근육과 신경에 직접 연결돼 한층 정밀하고 민첩한 움직임을 구현해주는 의족을 개발했다. 새로운 의족을 장착한 환자들은 장애물은 물론이고 불규칙한 지형을 넘고, 다양한 방향으로 공을 차거나, 다리 사이에 공을 끼워 들어올리는 등 기존 의족으로는 어려웠던 복잡한 동작을 해냈다.
휴 허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바이오메카트로닉스그룹 교수팀은 몸의 근육과 신경에 직접 연결되는 ‘골융합 기계신경 의족(OMP)’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10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허 교수는 과거 암벽 등반 중 사고를 당해 양다리를 무릎 아래로 절단한 뒤 본인도 의족을 착용하는 연구자다.
과거에도 팔, 다리 등 손상된 신체를 기계 등으로 대체해 복원하는 시도는 꾸준히 이뤄졌다. 그러나 현재 가장 발전한 상업용 의족도 몸에 맞춰서 형태를 조절할 수 있지만 반복적인 보행 패턴과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그친다. 의족 사용자들은 불규칙한 지형을 탐색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여전히 불편함을 겪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신체 내 조직과 직접 연결된 시스템을 구현하고, 의족에 신경계와 근육 정보를 제공해 움직임의 유연성 등 성능을 향상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의족과 몸의 ‘해부학적 통합’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연구팀은 신경과 근육에 직접적으로 연결돼 의족과 사용자가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OMP를 개발했다. OMP는 절단 부위의 대퇴골 뼈에 금속 막대를 박아 고정되며, 신경과 근육을 직접 제어할 수 있다. 사용자가 의족을 사용하면서 다리의 위치 인식과 다리를 움직이는 감각을 회복하고 진짜 다리처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성능 시험에는 한쪽 다리가 무릎 위에서 절단된 2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수술로 OMP를 이식받은 실험 참가자들은 장애물이 연속적으로 나타난 복잡한 지형을 어렵지 않게 걸어 다녔다. 실험 참가자들은 난간 등 주변 물체를 붙잡지 않고 앉았다가 일어서는 데도 성공했다. 의족이 있는 다리로 공을 차거나 다리 사이에 끼워 들어 올리는 등 복잡한 동작도 수행했다.
OMP를 활용해 움직일 때 의족의 움직임과 근육의 신호인 근전도 활동 등을 분석한 결과 기존 의족을 사용할 때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했다. 인공 무릎에서 동작에 적절한 힘이 일관되게 측정됐다.
OMP는 절단돼 존재하지 않는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환상통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사지 상실 환자의 생리·신체 기능과 재활 가능성 등에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몸과 생물학적으로 분리된 기존 의족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생물학적으로 통합된 시스템을 통해 의족의 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몸과 의족의 해부학적 통합으로 환자가 재활·이동성·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혁신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피셔 리 미 피츠버그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논평에서 “하지 절단 환자의 70∼80%는 외상이 아닌 당뇨병 등 혈류 장애와 관련됐다”며 “이런 환자들에게는 OMP 같은 골융합 방식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OMP 이식 시 수술의 복잡성 등이 앞으로 OMP가 널리 활용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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