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혈당 상승은 당연… 무작정 낮춘다고 체중감량 안 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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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희 교수가 알려주는 ‘혈당 스파이크’ 오해와 진실
연속혈당측정기 다이어트’ 유행… 음식 먹을 때마다 수치 신경 써
정상 범위 내 변동에도 스트레스… 비만-당뇨 없다면 가릴 필요 없어
건강하게 혈당 관리하고 싶다면 고칼로리-과자 등 줄이면 도움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혈당스파이크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혈당스파이크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떠도는 다이어트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한, 이른바 ‘혈당 다이어트’다. 식사를 마친 뒤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혈당 스파이크’가 체중 증가의 주범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하며 식단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뇨 질환을 앓지 않는 사람이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해 혈당 스파이크가 높은 식품을 줄이는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비만은 혈당뿐 아니라 식습관과 운동습관 등 여러 요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최성희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나 혈당 스파이크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특정 음식이 혈당 스파이크를 만드는 것인가.

“어떤 음식을 먹어도 특별한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이상 식후에 혈당은 올라간다. 과일 주스, 사탕 등 단순당을 먹으면 빠르게 혈당이 올라간다. 고기, 지방 식품, 섬유소를 포함한 음식을 먹으면 혈당은 다소 천천히 오르거나 몇 시간 뒤에 오른다. 식후 혈당 상승은 당연하다. 최근 ‘혈당 스파이크’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전 당지수(glycemic index)의 개념을 더 쉽게 표현한 것이다. 음식을 섭취하고 한두 시간 이내에 빠르게 혈당이 올랐다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지칭한다.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는 음식을 피하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확산한 것 같다. 의학적으로는 ‘혈당 변동성’이라고 표현하며, 당뇨병 환자가 혈당 변동성이 높으면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과 관련이 높아 관리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도 ‘혈당 스파이크’를 걱정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식후 혈당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것은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다. 건강한 사람의 혈당은 대부분 공복에서 70∼100mg/dL, 식후 2시간 뒤엔 140mg/dL 이하에서 움직인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잦으면 당뇨병 전단계나 당뇨병으로 의심할 수 있어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 혈당이 정상 범위 안에 있는 사람에게 ‘혈당 스파이크’ 자체가 직접적으로 합병증을 일으킨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 어떤 음식은 식후 당이 95mg/dL이고 어떤 음식은 식후 당이 125mg/dL까지 올라 너무 무섭다고 한다. 하지만 정상 범위 안에서 나타난 식후 혈당 수치를 보고 ‘혈당 스파이크’라고 지칭하거나, 특정 음식을 무조건 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예민한 분의 경우 건강염려증이 생길 우려가 있다. 건강검진에서는 당화혈색소라는 수치를 보면서 전체적인 혈당 평균치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혈당 변화를 체중 감량에 활용하는 시도도 많아졌다. 효과가 있나.

“혈당 스파이크를 만드는 음식을 주의해서 먹으면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근육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조절 등 많은 인자가 체중 증감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상인이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면 무조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이다. 원래 당뇨병 환자 중 인슐린을 하루에 여러 번 맞는 환자를 위해 개발된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제는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정상 범위 내에서 혈당이 오르는 것을 스파이크라고 지칭하며 일일이 음식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를 받고 먹는 것은 현재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는 권장할 수 없다. 다만 비만도가 심하거나 당뇨병 전단계, 당뇨병 가족력이 심한 경우, 고지혈증 고혈압 등이 동반된 경우라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평소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어떤 생활 습관이 필요한가.

“매번 연속혈당측정기를 부착하거나 섭취하는 음식마다 모두 혈당 스파이크에 집착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정상인이라면 평소 식사를 조절하고 장기간 실천할 수 있는 식단으로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식사할 때 채소나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먼저 먹고 기름기 적은 단백질을 섭취하고 고칼로리 음식을 줄이며, 통곡물 위주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식후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들 수 있다. 일일이 혈당을 재지 않아도 사탕, 과자, 주스류, 당 첨가 음료수, 케이크 등은 급속히 혈당을 올리니 되도록 피해야 한다. 과일이나 곡류, 우유, 유제품 등은 많이 먹지 않도록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인슐린의 작용을 상승시키고 간, 근육, 지방조직에서 혈당 흡수와 조절에 도움을 주고 체중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식사 후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혈당 스파이크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결국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는 것은 중요한 사항이지만 일반인의 경우 지나치게 수치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건강한 식사, 장기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나름의 건강 관리 방법을 터득하고 질 좋은 수면을 유지하는 규칙적인 생활이 결국은 혈당과 체중을 관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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