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적응 ‘신(新)작물’ 연구
기온 1도 상승땐 쌀 수확 10% 감소… 유전자 교정해 ‘내열성 작물’ 개발
‘GMO 제한’ 국내선 품종개량 활발… 개화 시기 늦춘 벼 ‘미소진품’ 공개
세계적으로 폭염이 일상화되며 과학자들은 기후위기에 대비해 폭염에 강한 농산물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올해도 폭염이 나타나면서 극단적인 폭염이 일상화되고 있다. 폭염은 농산물 성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 미래에 식량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과학자들은 미래 기후위기에 대비해 폭염에 강한 농산물을 연구하고 있다. 폭염에 견디거나 수확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쌀, 밀, 콩, 옥수수 등 인류의 주식인 주요 작물을 대상으로 열에 강한 작물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20일 국제벼연구소(IRRI)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쌀 수확량은 10% 감소한다. 전 세계 밀 수확량은 6.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광합성에 유성생식 방해하는 폭염
폭염이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작물 내부의 수분을 증발시키기 때문이다. 기온이 오르면 작물은 스스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내부 수분을 증발시킨다. 식물 내부 수분이 다량으로 증발하면 잎이 시든다. 잎이 시들면 햇빛을 흡수할 수 없고 광합성이 어려워 식물이 성장을 멈추게 된다. 기온이 50도에 이르면 식물은 광합성을 중단한다.
특히 폭염은 작물의 유성생식을 방해한다. 꽃이 피고 수분·수정돼 씨앗을 맺는 과정의 장애물인 것이다. 고온 환경은 꽃가루 발아를 저해한다. 꽃가루 발아는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떨어져 꽃가루관이 자라는 현상이다. 꽃가루관이 난자가 있는 밑씨까지 도달하면 꽃가루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뤄진다. 이종희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은 “기온이 35도 이상 되면 벼의 꽃가루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수정률이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 유전자 변형, 교정 등 첨단 기술 적용
과학자들은 작물을 폭염에 잘 견디는 품종으로 개량하거나 유전자 변형, 유전자 교정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형질의 작물로 만드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품종을 개량하는 방법을 주로 시도하고 있다. 유전자 변형·교정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유전자변형생물체(GMO) 재배가 사실상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자들은 두 품종의 꽃가루와 암술을 인위적으로 교배해 우수한 품종을 만들거나 자연적으로 나타난 우수한 품종을 선별해 계속 자손을 기르는 방식으로 품종 개량을 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폭염 시기인 8월 중순을 피해 꽃이 피는 ‘만생종’이 되도록 벼 품질을 개량하고 있다. 이 연구사는 “경남 밀양 등 국내 고온 지역에서 자라 폭염에 잘 견디고 생산량이 떨어지지 않는 품종을 발견해 집중적으로 기르거나 폭염을 회피해 꽃을 피울 수 있는 품종을 육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꽃을 피우는 시기를 8월 15일경에서 8월 20일로 바꾸는 등 품종 개량 과정을 통해 개발한 벼 품종 ‘미소진품’을 2020년 공개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유전자 변형·교정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유전자 변형은 외래 유전자를 도입해 새로운 형질을 가진 생물을 만드는 기술이고 유전자 교정은 유전자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를 이용해 생물의 유전자를 정밀하게 수정하는 기술이다.
호주 멜버른대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으로 작물이 폭염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열충격 단백질(HSPs) 발현을 강화시킨 콩 품종을 지난해 개발했다. 작물은 기온이 올라가면 HSPs를 발현시킨다. HSPs는 고온에 의해 단백질이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유전자 교정을 이용해 내열성 작물을 개발하기도 한다. 중국 화중농업대 연구팀은 고온 환경에서 벼의 내열성과 관련 있는 유전자 ‘QT12’를 찾아내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해 품종을 개량한 사례를 올해 4월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0년 동안 더운 지역에 벼 533종을 심어 이 중 2개 품종을 교배해 만든 품종의 12번 염색체에서 QT12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교정 기술로 열에 취약한 특정 연구용 벼에 QT12를 없애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고온 환경에서 QT12를 제거한 벼는 평소 수확량을 유지했지만 기존 벼는 수확량이 58%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인도 구루나나크데브대 연구팀은 밀, 옥수수, 벼 같은 작물에서 고온 환경을 견디게 해주는 유전자를 찾아 유전자 교정 기술로 어떤 유전자를 자르거나 조작하면 좋을지 정리한 연구 결과를 지난해 공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