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결과 이혼한 남성은 기혼남성 대비 자살 위험이 2.8배 더 높았다. 가장 위험한 것은 별거 중인 남성이었다. 결혼생활 중인 남성에 비해 자살 위험이 4.8배 더 컸다. 특히, 별거 중인 35세 미만 남성은 또래 기혼자 대비 자살 위험이 9배 가까이 더 높았다. 별거 중인 남성의 자살 위험이 이혼한 남성의 거의 2배에 이른다는 것은 이혼에 이르기 전 별거하는 짧은 기간이 남성의 정신건강에서 매우 위험한 시기임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비영리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논문 관련 글에서 “이별이라는 극심한 감정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부 남성의 경우, 자살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슬픔, 수치심, 죄책감, 상실감과 같은 감정이 매우 깊고 오래 지속될 것처럼 느껴져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남성이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 속에 자라며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도록 배운다며 이로 인해 감정을 이해하거나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남성이 많으며, 이는 감정에 적절히 반응하는 데 큰 장벽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영향은 여성의 자살 경로에서는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남성이 유독 연인과 헤어진 후 정신건강에 큰 타격을 받는 이유는 뭘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은 남성은 관계가 깊어질수록 친구 관계보다 연인과의 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친구들과의 관계가 약해지고 쉽고, 이성애자 남성 대부분이 배우자에게 사회적·정서적으로 가장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관계가 파탄나면, 외부의 지지가반이 거의 없는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연구에서도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이 이별 후 남성의 자살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는 게 확인 되었다.
연구자들은 남성의 이별 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건강하게 관계를 끝내는 방법, 거절을 받아들이는 능력, 이별의 감정을 조절하는 기술을 교육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이별이나 별거를 겪고 있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상담소나 지원기관 같은 곳에서 이들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방법도 제시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울러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이별 후 도움을 요청하는 남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 대응하고, 그들이 다시 일어설 때까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필요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추도록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별 후 도움을 요청하는 남성이 있다면,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며, 이러한 연결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지난 2016년 원광대 예방관리센터 이영훈 교수 팀의 논문에 따르면, 배우자와 이혼·사별 했거나 별거중인 남성은 결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남성보다 자살 위험이 2.1배 높았다. 반대로 여성은 이혼, 사별 후에 오히려 자살 위험이 기혼 여성보다 34%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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