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말8초’,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이번 여름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말을 입증하려는 듯 해가 갈수록 폭염의 강도가 올라간다. 이럴 땐 수영장에 몸을 담그는 것만큼 상쾌한 일이 없다. 그런데 파란 수영장의 물은 청량한 그 느낌처럼 깨끗할까.
매년 여름이 되면 수영장발 감염 병 소식이 반복된다. 피부 감염, 호흡기 질환, 귀 질환, 위장 장애 등 다양하다. 대부분 작은 소동으로 끝나지만 일부는 심각한 상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감염 병 전문가이자 면역 학자인 미국 코네티컷 주 퀴니피액 대학교 의과대학 리사 쿠차라(Lisa Cuchara) 교수가 많은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공 수영장에 얼마나 많은 세균이 포함되어 있는 지 알려주는 글을 비영리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했다.
염소 소독에도 살아남는 병원균들
수영장 물은 염소로 소독해 안전할 거란 믿음이 있다. 하지만 질긴 생명력을 가진 녀석들도 있다. 일부 세균은 적절하게 염소 처리한 수영장에서도 짧으면 몇 분에서 길면 며칠까지 생존할 수 있다. 대표적인 병원균이 물 설사를 유발하는 세균인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이다.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소화관 등에 기생하는 단세포 생물(기생충)로,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어 염소 처리한 물에서 최장 10일 동안 살 수 있다. 설사를 하는 사람의 대변이 물에 섞여 다른 수영객의 입으로 들어가 목을 통과하면 전파될 수 있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수십 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이 기생충은 우리 몸에서 최장 2주간 지속되는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설사, 구토, 복통 등이 주요 증상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다른 흔한 병원균은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으로 온탕 모낭염으로도 부로는 온탕 피부염과 외이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장염의 원인인 노로 바이러스와 결막염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도 수영장 물에 둥둥 떠다닐 수 있다.
염소 냄새 강하면 안전?
사람들은 수영을 하면서 땀, 피지, 각질, 소변, 심지어 대변까지 다양한 신체 물질을 물속에 남긴다. 이러한 물질, 특히 땀과 소변에 들어 있는 암모니아가 염소와 만나면 클로라민(chloramine)이라는 화학적 부산물을 생성하는데,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 수영장에서 나는 강한 냄새의 주된 원인이 바로 클로라민이다. 흔히 ‘염소 냄새’라고 하지만 ‘클로라민 냄새’가 올바른 표현이다.
흥미로운 점은 깨끗한 수영장에선 이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이 냄새가 강하면 잘 소독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염되었다는 경고일 수 있다. 냄새가 강하다는 것은 물속에 염소와 반응하는 땀이나 소변과 같은 오염 물질이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공공 수영장에서 병원균을 피하는 10가지 수칙
1. 수영 전 반드시 샤워. 수영 전 샤워는 땀, 기름기, 화장품 등 염소 소독을 방해하는 물질을 제거해 수영장을 더 깨끗하게 유지하게 한다.
2. 수영 중 물을 삼키지 말 것. 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수영장 물에는 병원균이 존재할 수 있다. 특히 크립토스포리디움 같은 기생충은 염소 소독에도 살아남아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다.
3. 설사 증상이 있을 때는 절대 수영 금지. 특히 아이들의 경우, 설사가 끝난 후 최소 2주간은 수영을 금지해야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4. 물속에서 소변 금지. 소변은 염소와 반응해 자극성 화학물질인 클로라민을 생성하여 눈, 피부, 호흡기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5. 기저귀를 착용한 유아는 수영용 기저귀를 착용하고 자주 교체. 1시간마다 확인 및 교체가 권장된다. 아울러 기저귀 교체는 반드시 수영장 밖에서 해야 한다.
6. 수영 중간에 휴식을 갖고 정기적으로 화장실 다녀오기. 아이와 어른 모두 최소 1~2시간마다 화장실을 다녀와야 물속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7. 물이 탁하거나 염소 냄새가 강하면 입장 전 관리 상태 확인. 염소 냄새가 강하다고 깨끗한 게 아니라, 오히려 오염물질이 많을 수 있다.
8. 몸에 상처가 있다면 가급적 수영 금지. 물에 들어간다면 방수 밴드로 상처부위를 잘 감싸야 한다.
9. 수영 후 귀 잘 말리기. 외이도염 예방에 효과적이다.
10. 수영 후 샤워로 병원균 씻어내기. 수영 후 샤워는 몸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병원균이나 소독 부산물(예: 클로라민)을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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