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면 우울한 여학생, 살쪄도 무던한 남학생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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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5만여명 데이터 분석
“난 과체중” 인식 女 37%-男 36%
여학생, 우울-극단 선택 위험 높아
남학생은 ‘심리적 변화’ 크게 없어

한국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비만율이 낮지만 비만이 아닌데도 스스로 과체중이라고 인식하고, 우울증과 자살 위험에도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이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크게 받으며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은하 서울 둔촌중 보건교사(서울대 간호학 박사)는 2023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KYRBS)에 참여한 한국 중고교생 5만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6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공개했다.

정 교사는 논문에서 “중학교 보건교사로서 학생들을 직접 관찰하며 신체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청소년 시기 체중 상태와 인식이 정신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다”며 “체형 인식, 즉 신체 이미지(body image)의 한 요소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성별 차이를 규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신체 이미지는 자신의 외모, 체형, 체중에 대한 주관적 생각과 감정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다. 청소년건강행태조사는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중학교 1학년(만 12세)부터 고등학교 3학년(만 18세)까지 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의 건강 행태 현황과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전국 단위 연구다.

정 교사는 2023년 조사에 참여한 5만1462명의 데이터를 성별로 나누어 ‘다변수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실시했다. 다변수 로지스틱 회귀 분석이란 여러 개의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 어떤 요인이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통계 기법이다. 체질량지수(BMI), 체형 인식, 우울감, 자살 경향성(suicidality) 등 변수를 고려했다.

분석 결과 BMI 기준 비만 청소년 비율은 남학생이 22.5%, 여학생이 17.4%로 남학생의 비만율이 더 높았다. 반면 자신을 과체중이라고 인식한 비율은 여학생(37.3%)이 남학생(36%)보다 높았다. 자신을 저체중이라고 인식한 비율은 남학생(32.4%)이 여학생(23.3%)보다 높았다.

우울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여학생(30.7%)이 남학생(21.3%)보다 높았다. 자살 성향도 여학생(18.2%)이 남학생(10.7%)보다 높았다.

정 교사가 구체적으로 체형 인식과 정신 건강의 연관성을 파악했더니 비만이 아닌 남학생이 스스로 과체중이라고 인식한 경우, 저체중이라고 인식한 집단에 비해 우울감, 자살 경향성과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었다. 여학생은 달랐다. 비만이 아닌 여학생이 스스로 과체중이라고 인식할 때 우울 위험이 10.6%, 자살 성향이 29.5% 증가했다. 여학생의 경우 스스로를 과체중이라고 인식하는 경우 우울과 자살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정 교사는 “기존 연구에 따르면 사회, 부모, 학교, 또래, 대중매체 등에 의해 여학생은 스스로를 과체중으로, 남학생은 저체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학생의 경우 실제 체중보다 스스로 과체중이라고 느끼는 것이 정신 건강의 중요한 위험 요소”라고 설명했다. 청소년기 정신 건강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전략을 설계할 때 객관적 체중보다 주관적 체형 인식을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정 교사는 구체적으로 청소년의 실제 체중과 체형 인식의 불일치 여부를 정기적으로 조사해야 하며 신체 이미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바람직한 신체 이미지에 대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남학생과 여학생이 체중에 대한 사회적 압박을 수용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화된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청소년#비만율#체형 인식#정신 건강#신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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