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최초로 국가위성 개발 주관… ‘뉴스페이스’ 시대 연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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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우주기업 ‘쎄트렉아이’
KAIST 연구소 핵심인력이 창업
위성 제조기술 수직계열화 성공
3월엔 자체개발 관측위성 발사
광학위성 1·2호-군집위성 개발중

쎄트렉아이 대전 본사 1층에 전시된 중소형 지구관측 위성 모형 앞에서 기념촬영 중인 문용준 PM, 서상훈 팀장, 이병훈 그룹장, 윤세영 PM, 김종운 PM(왼쪽부터). 쎄트렉아이 제공
쎄트렉아이 대전 본사 1층에 전시된 중소형 지구관측 위성 모형 앞에서 기념촬영 중인 문용준 PM, 서상훈 팀장, 이병훈 그룹장, 윤세영 PM, 김종운 PM(왼쪽부터). 쎄트렉아이 제공
“한국 1세대 우주 기업으로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민간이 국가 위성을 주관해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등 국내 우주 기업이 참고할 만한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해 기술력과 경험을 아낌없이 쏟아붓겠습니다.”

지난해 5월 우주항공청(우주청)이 문을 열면서 국내 우주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천명했다.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이 아닌 민간 기업이 주도할 수 있는 ‘뉴스페이스’를 정책적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국내 1세대 우주기업으로 불리는 쎄트렉아이의 위성 개발자 5명을 대전 유성구 본사에서 만났다. 이병훈 그룹장, 김종운 PM, 문용준 PM, 서상훈 팀장, 윤세영 PM이 그 주인공이다.

핵심기술 ‘수직계열화’한 1세대 우주기업

쎄트렉아이는 국내에 뉴스페이스 개념이 없었던 1999년 한국 최초 위성 우리별 1·2·3호 등 우리별 위성 시리즈를 개발한 KAIST 인공위성연구소 핵심 인력이 창업한 기업이다. 지난해 국내 첫 양산형 초소형 군집위성을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민간 광학위성 1·2호를 국가에 판매하는 데 성공하며 우주 업계에서 최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초고해상도 상용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를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민간 기업의 우주 산업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쎄트렉아이 외에 다른 우주 기업도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미 견고하게 만들어진 전 세계 우주 개발 시장에 진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쎄트렉아이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한 위성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꾸준히 수출 실적을 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날 만난 위성 개발자들은 쎄트렉아이가 위성 제조를 위한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수직계열화란 ‘별센서’, ‘카메라’, ‘위성시스템’, ‘본체’ 등 위성 제조에 필요한 거의 모든 핵심 개발 기술을 보유해 위성을 자체적으로 설계·제작할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별센서는 주변 별 위치를 감지해 위성의 자세를 알 수 있는 핵심 위성 부품으로 위성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구를 관측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문 PM은 “계약 업체나 기관 요구에 따라 위성을 맞춤형으로 변형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수직계열화 시스템 덕분에 내부에서 위성을 작게 만들거나 구조가 단순하면서도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위성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쎄트렉아이의 광학(위성 카메라)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높이 약 3m, 무게 약 650kg의 중형 지구관측위성인 스페이스아이-티는 상용급으로는 최고 수준인 해상도 25cm 광학 영상을 생성한다. 지상의 가로세로 25cm 크기 물체를 하나의 픽셀로 만들 정도로 선명한 위성 영상이다. 도로 위의 차종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김 PM은 “스페이스아이-티의 해상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제한된 크기의 카메라 성능을 높이는 설계와 함께 위성 고도를 약 500km까지 낮췄다”고 말했다. 위성 고도를 낮출수록 관측 영상 해상도는 높아지지만 중력·대기 영향으로 위성 수명이 짧아진다. 자세 안정성, 열 제어, 본체 구조 등 전 구성품의 성능 요구치가 함께 높아지는 것이다. 쎄트렉아이는 현재 기술력으로 고도를 낮추더라도 위성 수명을 단축하지 않으면서도 해상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민간 광학위성 1·2호 개발에 총력

현재 쎄트렉아이는 민간 광학위성 1·2호를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민간 광학위성 1·2호 계약은 기업이 정부 사업에 참여해 초고해상도 위성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쎄트렉아이가 만든 위성 자체를 구매한 것이다. 민간이 최초로 국가 위성을 주관해 개발한 첫 사례다.

서 팀장은 민간 광학위성 1·2호 개발에 대해 “정부 주도의 개발에서 민간 주도의 개발로 이관되는 전환점”이라며 “앞으로 쎄트렉아이의 성장과 방향성,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할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팀장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쎄트렉아이를 비롯한 국내 여러 우주 기업이 위성을 완제품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쎄트렉아이는 내년 누리호에 실어 보낼 초소형 군집위성도 개발 중이다. 초소형 군집위성은 정부가 국가 안보와 재난·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첫 군집위성 시스템이다. 군집위성 시스템은 위성이 무리를 지어 서로 보완하며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쎄트렉아이가 개발에 참여한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 1호’를 처음 발사했다. 2026년 5기, 2027년 5기를 추가 발사해 총 11기를 군집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쎄트렉아이는 내년에 발사할 위성 5기를 제작 중이다. 윤 PM은 “초소형 군집위성은 한 번에 여러 기를 발사해 짧은 시간 안에 전 지구를 관측할 수 있고 일부 위성이 고장 나더라도 나머지가 임무를 이어받아 안정성이 높다”며 “쎄트렉아이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쎄트렉아이는 통신위성, SAR 위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구관측위성 등 사업 영역도 확장한다. SAR 위성이란 마이크로파를 순차적으로 쏘아 지형도를 만들거나 지표를 관측하는 레이다 시스템이 탑재된 위성이다. 김 PM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려면 쎄트렉아이도 새로운 사업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며 “다양한 테스트 위성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쎄트렉아이 위성 개발자 5명은 체계화된 위성 개발 프로세스를 확립해 이를 다른 기업에도 전수함으로써 국내 우주 산업 전반의 역량을 높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그룹장은 “위성 개발에는 기술뿐 아니라 팀원들과 역할을 분담하고 일을 조정하는 방법, 발사 일정 관리 등 다양한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신생 우주 기업에 프로세스를 공유하고 더 좋은 프로세스가 있다면 쎄트렉아이가 참고하기도 하는 등 국내 우주 기업만의 위성 개발 프로세스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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