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70%는 여성이다. 발병 위험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약 두 배 더 높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며 독립적인 삶을 불가능하게 하는 이 질환에 여성이 더 취약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다만 평균 수명, 호르몬 변화, 면역 반응, 생활습관 등 여러 요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여성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돌파구가 될 수도 있는 중요한 발견을 한 것 같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여성의 혈액 내 지질을 분석한 결과, 불포화지방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여성은 건강한 여성에 비해 불포화 지방산(특히 오메가 지방산) 수치가 최대 20% 낮게 나타났다. 반면 남성 환자에게선 이러한 차이가 없었다.
지방은 뇌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는 왜 여성이 알츠하이머병에 더 취약한지를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KCL의 크리스티나 레히도-퀴글리 박사(교신 저자)는 “성별 차이가 가장 놀라운 발견이었다”며 “여성에서 오메가 지방산이 부족한 것이 알츠하이머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에서 지질의 역할이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연구로 평가된다.
연구개요
연구자들은 알츠하이머 환자 306명, 경도인지장애 환자 165명, 인지적으로 건강한 대조군 370명의 혈액 속 약 700가지 지질 수치를 분석했다. 지질은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일반적으로 건강에 해롭고, 후자는 대체로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고등어, 연어, 참치와 같은 생선에는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인 DHA와 EPA가 풍부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인지적으로 건강한 여성보다 포화지방 수치는 높고 불포화지방 수치는 낮았다. 이러한 특징은 남성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불포화 지방산은 뇌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대표적이다.
레히도-퀴글리 박사는 “만약 간이나 신진대사 변화가 원인이라면 여성의 뇌로 전달되는 오메가 지방산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이러한 지질은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오메가-3 지방산과 인지 건강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단은 오랫동안 심장, 뇌 및 기타 장기의 건강 증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혈중 오메가-3 지방산 수치가 높은 중년층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인지 기능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메가-3 지방산은 크게 알파-리놀렌산(ALA), 도코사헥사엔산(DHA), 에이코사펜타엔산(EHA) 세 가지로 나뉜다.
치아씨드, 아마씨, 호두, 들기름 같은 식물성 식품에는 오메가-3의 일종인 ALA이 풍부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ALA은 치아씨드, 아마씨, 호두, 들기름 같은 식물성 식품에 풍부하다. DHA와 EPA는 대개 고등어, 연어, 참치와 같은 생선을 통해 섭취 할 수 있다.
오메가-3 보충제의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 이전 임상시험에서는 치매 환자에게 오메가-3 보충제를 제공해도 뚜렷한 개선 효과가 없었다.
레히도-퀴글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여성이 식단에서 오메가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기름진 생선이나 보충제를 통해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지질 구성이 변하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임상시험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한 “여성의 경우 50대 이후부터 불포화 지방산 수치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평소 식단에서 오메가-3 지방산을 충분히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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