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연구진, 직장인 160명 4년간 추적관찰
“체중 증가 개인 탓하긴 어려워…업무환경과 조직문화 영향“
직장인이 살이 가장 많이 찌는 시기는 입사 3년차로, 평균 5㎏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야근과 회식, 운동 부족이 겹치면서 생활습관이 무너지고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28일 일본 야마무라 마사코 후쿠이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은 2009~2012년 한 대기업에 입사한 남성 직장인 315명 중 건강검진 기록이 남아 있는 160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 당시, 평균 연령은 22.8세였으며, 입사 당시 평균 체중은 67.5㎏(±9.5), 체질량지수(BMI)는 22.6(±2.7)이었다. 건강검진 평균 간격은 248일이었다.
체중은 입사 전보다 입사 시점, 2년 차, 3년 차, 4년 차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입사 후 3년 동안 평균 5kg 가까이 증가했으며, 3년 차와 4년 차를 제외하면 모든 시점에서 차이가 분명했다.
원인으로는 식습관, 수면, 스트레스 등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 아침 결식률은 입사 전 47%였으나 입사 직후 16%로 줄었다. 그러나 2년 차에 다시 30% 이상으로 늘었고, 3년 차 이후 40% 안팎으로 올라 4년 차에는 입사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다. 아침 결식률은 ‘주 3회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르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비율을 뜻한다.
수면 충족률은 입사 전 90%였으나 입사 직후 60%로 떨어졌고, 2·3·4년 차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수면 충족률은 생활 습관 설문에서 ‘수면을 통해 충분히 회복한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비율을 뜻한다. 실제 수면 시간보다는 자기 인식에 기반한 지표로, 신입사원들의 주관적 피로 해소 정도를 보여준다.
특히 입사 전 절반 이상이 주 2회 이상 땀나는 운동을 했으나, 2년 차에는 30% 이하로 줄었고 3·4년 차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운동 습관은 ‘주 2회 이상, 30분 이상 운동을 1년 이상 지속했는가’라는 문항을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꾸준한 신체 활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척도다. 하루 1시간 이상 걷는 활동도 줄어들어 ‘없다’는 응답이 해마다 늘었다.
추가 연구에서 연구진은 입사 5~10년 차 직원을 대상으로 12건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체중 증가와 생활 습관 붕괴를 ‘근무 환경 변화 → 회식·야근 중심 식습관 → 운동 기회 상실’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A 씨는 “회식에서 배가 불러도 상사가 권하면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고, B 씨는 “업무가 몰리면 초콜릿이나 에너지음료로 버티며 일했다”고 했다. 출장을 자주 다닌다고 밝힌 C 씨는 “2주간 매일 업무상 술자리에 불려다니며 4kg이 늘었다”고 했고, D 씨는 “3~4년 차에는 매일 막차로 귀가했고, 주말엔 집에서 잠만 잤다”고 덧붙였다.
추가 인터뷰에서는 “출장지에서는 지방이 많은 음식이나 튀김을 피할 수 없었고 술자리까지 이어져 2주 만에 체중이 급격히 늘었다” “업무량이 늘면서 저녁이 계속 늦어져 결국 밤 11시 이후에야 식사하게 됐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외에도 “동료와의 술자리는 사실상 반강제라 배가 불러도 계속 먹게 됐다”고 했고, “회식은 늦게 끝나 대부분 밤 10시 이후에야 저녁을 먹었다”고 했다.
운동 단절은 공통으로 지적됐다. “입사 초기에는 기숙사 체육관을 이용했지만, 3년 차부터는 업무량이 늘어 운동을 완전히 끊게 됐다” “주말에는 피곤해 하루 종일 집에서 잠만 잤다” “예전에는 주 2회 조깅을 했지만 입사 후에는 시간이 없어 중단했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반대로 체중 증가를 피한 직원들은 자기 관리 습관을 유지했다. “매일 체중계를 확인했다” “옷 사이즈 변화를 살폈다” “저탄수화물 식단을 유지하며 회사 릴레이 달리기에 참여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이 습관이라 주 1~2회 러닝을 이어갔다”는 응답도 있었다.
연구진은 체중 증가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장시간 노동, 성과주의 평가, 상사와의 회식은 신입사원들이 거부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성과주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과도할 경우 직원들이 건강을 희생하게 된다”며 “만성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은 체중 증가와 대사증후군,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특정 기업 사례에 한정돼 일반화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생활습관과 체중 증가 사이의 인과관계를 완전히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문화와 기숙사 제도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어 다른 환경과 단순히 비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입사 초기 생활 습관 변화가 이후 10년간 건강에 지속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야근과 회식 감소, 운동·수면 기회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산업보건학회지(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8월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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