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보다 위험한 청년 당뇨 급증… 체중부터 줄여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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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헌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19∼39세의 2%가 환자로 집계… 당뇨 전 단계는 22%인 303만 명
원인의 95%가 과체중과 비만… 체중 15% 줄이면 5년 내 회복 가능
방치했을 땐 합병증 위험 더 커져… 3대 영양 골고루 ‘접시 식사법’ 도움

곽수헌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청년 당뇨가 급증하는 원인은 비만이라며 야식이나 간식, 외식을 줄여 섭취 열량을 낮추고 운동을 병행해 체중을 줄일 것을 주문했다. 곽 교수는 청년 당뇨가 중년 당뇨보다 투병 기간이 길기 때문에 합병증도 더 심각하다며 즉각적이고 꾸준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김정철 씨(가명)는 대학교 연구원이던 30대 초반에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당뇨병에 걸린 사실조차 몰랐다.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이었다. 밤늦게까지 일하다 허기가 지면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고, 콜라도 많이 마셨다. 체중은 무려 20kg가량 불어났다.

어느 날부터 이유 없이 체중이 빠졌다. 몸이 피곤했고, 기운도 없어졌다. 눈앞도 흐릿해졌다. 김 씨는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래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끝내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얼마 후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 공복혈당이 250㎎/dL, 당화혈색소 13.0%로 나타났다. 정상 기준(공복혈당 126㎎/dL 미만, 당화혈색소 4.0∼6.0%)을 훨씬 초과한 것. 김 씨는 이미 상당히 병이 진행된 당뇨병 환자였다.

곽수헌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가 치료를 담당했다. 초기엔 효과가 좋았다. 6개월 만에 당화혈색소 수치가 6.5%로 낮아졌다. 하지만 김 씨가 대학교수가 되고 바빠지면서 병이 다시 악화했다. 진료를 거를수록 혈당 수치는 급속도로 치솟았다. 일종의 ‘재발’인 셈.

곽 교수는 “김 씨가 나중에 다시 치료받으면서 다행히 당화혈색소가 6.5% 수준으로 유지됐다”라며 “최근 급증하는 20대와 30대 청년 당뇨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 폭증하는 젊은 당뇨, 왜?

당뇨병은 제1형, 제2형, 유전성 등으로 구분한다. 가장 흔한 게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혈당 조절이 어려운 제2형 당뇨병이다. 제2형 당뇨병은 열량 과잉 섭취와 운동 부족, 과체중과 비만 등 여러 이유로 발생한다.

청년 당뇨의 경우 이 중에서도 과체중과 비만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중년 당뇨와 가장 다른 부분이다. 보통 중년 당뇨의 경우 30%는 ‘마른 당뇨’다. 하지만 청년 당뇨의 마른 당뇨 비율은 10%에 미치지 못하며, 이 경우 제1형이거나 유전성일 확률이 높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된다. 대한당뇨병학회 조사(2019∼2022년)에 따르면 19∼39세 청년의 2%인 31만 명이 당뇨병 환자였다. 당뇨 전 단계는 303만 명(22%)에 이르렀다. 추가로 청년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비만 여부를 조사했더니 5%만이 정상 범위에 있었다. 8%는 과체중, 87%는 비만이었다. 곽 교수는 “95%가 비만과 관련이 있는 셈이다. 비만을 잡지 못하면 청년 당뇨는 잡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임신 전 당뇨 환자도 늘고 있다. 30대 초반의 진미연 씨(가명)는 임신에 어려움을 겪어 병원을 찾았다. 검사 도중 당화혈색소가 7.2%라는 결과가 나왔다. 어느새 당뇨병에 걸린 것. 돌이켜 보면 진 씨 또한 배달 음식을 즐겼고, 직장 회식이 잦았으며, 가공식품과 탄산음료를 많이 마셨다. 게다가 가족력도 있었다.

안전한 임신을 위해 약을 따로 쓰지는 않고 혈당 관리에 돌입했다. 식사량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서 체중을 줄였다. 꾸준히 노력한 끝에 당화혈색소가 6.0%로 떨어졌다. 이후 임신과 출산에 성공했다. 곽 교수는 “취업에 임신 문제까지 겹치면서 스트레스도 더 커진다. 이런 여러 이유로 여성 청년 당뇨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젊은 당뇨가 위험한 이유

중년 당뇨에 비해 청년 당뇨는 발견 자체가 늦은 편이다. 학업, 취업, 결혼 등 인생을 좌우하는 일에 전념하느라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스트레스도 더 크다. 게다가 젊다는 이유로 병을 알리기도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곽 교수는 “주변으로부터 ‘넌 왜 그렇게 살이 쩠어?’라거나 ‘젊은 나이에 어쩌다 당뇨병에 걸렸어?’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감추는 환자들이 꽤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병을 키우기만 하는 청년 환자가 적잖다. 대한당뇨병학회 조사에 따르면 실제 진단을 받은 청년 당뇨병 환자는 절반에 못 미치는 43% 정도다. 치료하는 비율은 더 낮아 35%에 불과하다. 곽 교수는 “동료들의 배려가 절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병원 찾는 시기가 늦어지면 그만큼 치료도 어려워진다. 합병증도 늘어난다. 청년 당뇨 환자의 35%는 고혈압, 75%는 고지혈증의 합병증에 걸린다. 두 가지 합병증을 모두 갖는 비율도 27%다.

청년 당뇨의 가장 큰 위험이 여기에 있다. 곽 교수는 “청년 당뇨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점점 인슐린 조절이 어려워진다. 투입하는 약물도 점점 늘어나고 나중에는 주사까지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당뇨병을 앓는 기간도 길어지고, 치명적인 합병증 위험도 커진다. 30대 중반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강철승 씨(가명)의 경우 고혈압과 고지혈증 합병증이 생겼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고, 체중조절과 금연에도 실패했다. 그렇게 10년 이상이 흘렀다. 40대 후반에 회사 야유회를 다녀온 뒤 3개의 관상동맥이 모두 막힌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조치는 잘 됐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아야 했던 것이다.

● 방심 금물, 곧바로 치료해야

청년 당뇨의 경우 꾸준히 치료하면 ‘정상’ 수준을 회복할 확률이 중년보다 높다. 곽 교수는 “청년 당뇨 초기에 발견하고 적극 치료하면서 체중을 15% 이상만 줄이면 5년 이내에 혈당을 정상 수준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뇨약도 끊을 수 있다.

병을 일찍 발견하는 게 관건이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위험군의 경우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 곽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는 19세 이상 성인으로, 가족력이 있고 과체중 단계를 넘어섰다면 매년 1회 당뇨병 검사를 할 것을 권한다”라고 말했다.

병이 진행되면 증세가 나타난다.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일단 많이 마시고(다음), 많이 먹으며(다식), 소변을 자주 많이 보는(다뇨), 이른바 3다(多) 증세가 나타난다. 혈당이 소변으로 자주 배출되고, 목이 마르니 물을 많이 마시며, 당이 에너지로 제대로 전환되지 않아 허기가 지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체중이 빠지고 피로감이 심해질 수 있다. 곽 교수는 “이 정도면 심각한 단계다. 반드시 내분비내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청년 당뇨로 진단되면 우선 제1형, 제2형, 유전성 등 종류를 구분한다. 치료법도 그에 따라 다르다. 대표적인 제2형의 경우 당뇨병에 대한 기본 교육과 함께 식습관 분석과 교정을 진행한다. 동시에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곽 교수는 “혈당만 조절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큰 오해다. 궁극적으로는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치료하는 병이다”라고 말했다.

● 야식-단 음료 피하고 금연해야

청년 당뇨의 절반 가까이는 체중 증가에서 병이 비롯된다. 따라서 과체중을 방지하는 게 최선이다. 곽 교수는 이를 위해 ‘접시 식사법’을 제안했다. 식사할 때 접시 한 그릇에 모든 음식을 놓은 방법이다. 접시의 절반은 푸른 채소로 채운다. 4분의 1은 곡물류인데, 기왕이면 쌀밥보다는 현미와 같은 잡곡이 낫다. 나머지 4분의 1에는 단백질과 지방 음식을 놓는다. 곽 교수는 “이런 식사법을 통해 열량을 줄이고, 영양소를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접시 식사법이 어렵다면 어떻게 할까. 곽 교수는 전통적인 한식 식단을 추천했다. 절대 피해야 할 음식도 알아두자. 단순당이 많은 가공식품이나 콜라, 사이다, 주스처럼 액상과당이 많은 음료는 피해야 한다. 배달 음식은 비만의 주범 중 하나다. 대폭 줄이는 게 현명하다.

운동도 필수다. 중년의 경우에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 하지만 20대와 30대는 젊기에 굳이 종목을 가릴 필요는 없다. 좋아하고,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종목을 즐기면 된다. 단, 운동 강도와 시간은 중요하다. 곽 교수는 “땀이 나고 숨이 찬 정도의 중등도 강도로 매일 30분 이상 5일(총 150분) 이상만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마저도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주말에 각각 40분과 35분씩(총 75분 이상) 땀이 많이 나고 대화하기 힘든 고강도로 운동을 해 주면 된다. 이렇게 하면 근력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고위험자라면 금연은 필수다. 청년 당뇨병 환자 중 34%는 흡연자였고, 16%는 주 2회 이상 1회 7잔 이상의 술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자였다. 이 수치는 고령 당뇨병 환자의 3배에 이른다. 특히 흡연할 때 당뇨 합병증이 더 일찍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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