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으며 2021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10.4%가 치매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는 크게 노인성 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병과 중풍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로 나뉜다. 이 중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약 55∼70%를 차지하며 가장 흔한 유형이다.
치매는 발병 원인이 명확한 경우 해당 질환을 치료함으로써 증상을 개선할 수 있으며 전체 치매 중 약 10∼15%는 완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아직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사멸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이에 따라 기억력과 언어 능력 등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되며 병이 진행되면 일상생활 수행에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발병 원인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나의 단일 원인보다는 신경계의 노화와 함께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현재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대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치료제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다. 뇌 속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막아 농도를 높이고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경구용 외에도 피부 접착형 치료제가 도입돼 있어 약을 스스로 먹기 어려운 환자에게도 유용하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의 근본 원인을 직접 겨냥하는 치료제들도 개발되고 있다. 기존 약물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새로운 치료제는 아밀로이드 베타 같은 비정상 단백질을 항체로 제거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방식이다. 이 같은 면역 치료제는 주로 정맥주사 형태로 투여되며 특히 발병 초기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아직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치매 치료의 방향이 단순한 증상 완화에서 원인 치료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와 함께 대사질환, 우울증, 음주, 흡연 등 치매의 위험인자를 조기에 관리하고 꾸준한 신체 활동과 인지 자극,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 치매 예방 및 진행 억제에 중요하다.
치매는 초기에 변화된 인지기능을 알아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본인이 이전에 유지하던 인지기능과 비교해 의미 있는 변화가 지속된다면 치매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주 물건의 위치를 잊거나, 약속을 반복해서 잊고, 말하고자 하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대명사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건망증은 단서를 제공받으면 기억을 되살릴 수 있고 일시적인 경우가 많지만 치매는 단서를 줘도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한다. 또한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거나 특별한 계기 없이 공격성, 무기력함 등이 나타나는 정서적 변화로도 치매가 시작될 수 있다. 이러한 초기 증상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매는 진단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치매로 인한 기능 저하 속도를 정상 노화 속도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 목표이며 이를 위해 보호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의료진의 전문적인 진료,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기반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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