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주 명지병원 모발센터장(왼쪽)과 탈모 치료 진단을 받은 이진한 본보 의학전문기자가 탈모 예방과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기자는 머리를 감은 뒤 거울을 보는 순간 크게 놀랐다. 평소 머리카락이 잘 빠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수리에 텅 빈 공간이 보였다. 이번에는 너무 뚜렷했다. 탈모가 얼마나 진행됐을지 솔직히 걱정됐다. 그래서 의학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받기 위해 황성주 명지병원 모발센터장을 만났다. 2024년 9월 문을 연 명지병원 모발센터는 수도권 종합병원 중 처음으로 모발이식, 약물치료, 두피질환, 두피문신 등 탈모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치료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 매일 100가닥 이상 발견하면 탈모 의심
탈모 정도를 알기 위한 모발 검사는 비교적 간단한 절차로 진행됐다. 먼저 문진을 통해 생활 습관, 스트레스 수준, 가족력 등 탈모와 관련된 요인을 파악했다. 이후 두피 확대경(트리코스코프)을 이용해 모발의 밀도와 굵기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검사 결과 기자의 모발 굵기는 일반적으로 정상 범주인 80∼100μm(마이크로미터)보다 얇았다. 가장 굵은 모발도 77μm에 불과했고, 가장 얇은 머리카락은 54μm로 나타났다.
황 센터장은 “대부분 20, 30대부터 서서히 탈모가 진행되지만 피부로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40, 50대에 진행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각하고 방문하는 사례가 많다”며 “모발 굵기가 얇아져 현재 정상 대비 50, 60% 수준으로 이제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모는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머리를 감거나 빗을 때, 매일 아침 베개 위에 빠진 머리카락이 100가닥 이상 나오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이마 라인이 점차 뒤로 물러나거나 정수리에 머리 빠진 부위가 드러나고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많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면 탈모 초기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 이식한 모발은 다시 빠지지 않고 유지
탈모 치료법은 다양하다. 크게 약물요법과 모발이식, 두피문신(SMP)으로 나뉜다. 황 센터장은 기자에게 남성형 탈모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관리 단계’로 보고 하루 두 번 머리 감기, 올바른 샴푸 선택 등 생활습관 교정과 약물 치료를 권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와 혈류를 개선하는 미녹시딜이 있다. 효과는 먹는 약이 가장 좋다.
탈모가 많이 진행돼 약물만으로 효과가 미미하다면 후두부(뒤통수) 부위 모발을 앞머리나 정수리에 옮겨 심는 모발이식을 한다. 모발이식은 절개식(FUT)과 비절개식(FUE)으로 나뉜다. 절개식은 후두부에서 모낭이 포함된 피부를 띠 모양으로 절제한 뒤 모낭을 분리해 이식한다. 대량 모발이식에 유리하다. 반면 비절개식은 후두부에서 개별 모낭을 하나씩 채취해 옮기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없고 회복이 빨라 일상에 신속히 복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절개식이 비절개식에 비해 이식된 머리카락의 생착률이 5∼10% 높다.
황 센터장은 이식한 모발의 탈모 우려에 대해 “후두부 모발은 탈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안정된 모낭이라 생착에 성공하면 탈모가 발생하지 않고 유지된다”며 “다만 시술 후 몇 주 내에 일시적으로 빠지는 ‘휴지기 탈락’이 있을 수 있으나,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후 다시 자란다”고 말했다.
● 새치 반복해서 뽑으면 모낭 손상
탈모를 완벽하게 예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생활 습관 관리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두피 상태에 맞는 샴푸를 사용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규칙적인 수면과 균형 잡힌 식단이 필요하다. 특히 피지 분비가 많은 경우에는 지성용 샴푸를, 건조한 두피에는 보습 기능이 있는 샴푸를 사용하는 게 좋다.
탈모 예방과 치료에 관한 잘못된 상식과 민간요법은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흔히 ‘머리를 자주 감거나 모자를 쓰면 탈모가 심해진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론 머리를 감는 게 분비된 피지의 축적을 막아 두피 건강에 도움이 된다. 모자도 통풍만 신경 써서 착용한다면 오히려 자외선에서 모발과 두피를 보호할 수 있다.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새치를 반복해서 뽑으면 모낭이 손상돼 그 자리에 모발이 자라지 않을 수 있다. ‘탈모는 한 세대 건너 유전된다’ ‘대머리는 정력이 세다’ 등의 속설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탈모약 복용이 정력을 떨어뜨린다는 말도 있다. 황 센터장은 “환자 100명 중 2, 3명 정도에게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라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정력이 약화됐다면 비아그라 같은 약제의 도움을 받으면서 탈모약을 복용해도 된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정력 부작용도 함께 사라진다. 미리 염려해서 탈모약을 먹지 않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년에선 노화와 함께 탈모가 가속화되기 쉬운 만큼 하루라도 빨리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맞춤형 치료,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한다면 모발 건강을 지키고 삶의 활력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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