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한가위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친지들과의 모임은 반갑지만 늘어나는 술자리로 인해 과음 위험이 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명절 분위기에 휩쓸린 무절제한 음주는 단순 숙취를 넘어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고 심지어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응급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과음은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은 췌장에 급성 염증 반응이 생긴 것이다. 췌장의 문제로 소화 효소가 조기 활성화돼 췌장 실질의 부종, 출혈, 괴사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급성 췌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음주와 담석이다. 술은 췌장에 직접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고 담석은 쓸개로부터 나와 췌관을 막는 경우 췌장액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해 췌장 세포의 손상을 불러일으켜 췌장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주요 증상은 명치 혹은 상복부에 심하고 지속적이며 등 쪽으로 퍼지는 급성 복통이다. 간혹 흉부나 하복부로 퍼질 수도 있다. 복통 외에도 발열, 오심, 구토, 복부 팽만감, 식욕부진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폭음은 부정맥 유발 가능성도 있다. 음주 후 체내에서 분해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심장의 수축 능력을 떨어뜨려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심장마비나 급성 부정맥으로 이어져 돌연사를 초래할 수 있다.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장기간 마실 경우에 간 질환이나 위장 질환,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등이 우려된다”며 “술을 갑자기 많이 마시면 다음 날 숙취 때문에 심한 두통이나 어지러움이 있을 수 있다. 제일 흔한 증상으로는 구역, 구토, 설사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과음으로 인한 초기 증상들 외에 제일 무서운 건 부정맥, 의식 저하 등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할 경우 가까운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각종 질환을 예방하려면 음주를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음주한다면 연달아 마시지 않고 세계보건기구(WHO)의 폭음 기준인 남성은 하루 소주 7잔(알코올 60g), 여성은 소주 5잔(알코올 40g) 이상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물론 금주가 최선이다. 최근 약간의 음주도 부정맥 등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WHO(세계보건기구)의 폭음 기준은 최소한의 권고 수준”이라면서 “가능한 술을 마시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또 술을 먹은 후에는 사우나나 격렬한 운동을 피하고 최소 48시간 이내 추가 음주를 피하는 게 좋다. 물을 충분히 마셔 알코올의 분해를 돕고 기름기가 적고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와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고 교수는 “술기운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과하게 하게 되면 오히려 심장 등에 부담될 수 있으니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다. 사우나도 마찬가지로 탈수가 될 수 있는데, 숙취 상태에 가장 필요한 건 수분 보충”이라며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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