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에서 당선한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게 됐다. 입법·사법·행정 등 민주주의 체제 삼권 가운데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해 대통령이 인사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사실상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말 그대로 국민이 밀어준 ‘절대권력’이 탄생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직선제 개헌 이후 가장 많은 의석수(출범 시점 기준)를 가진 여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299석 중 170석으로 단독 과반이다. 여기에다 조국혁신당(12석) 등 범여권을 합치면 189석이 돼 개헌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200석에 근접한다. 이재명 정부의 이 같은 안정적 국정운영 구도는 다음 총선을 치르는 2028년 4월까지 약 3년간 지속될 수 있다.
대법원·헌재 정치 성향 바뀔 듯 막강한 행정·입법 권한을 손에 쥔 이재명 정부는 국정운영 전반에서 강한 장악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그간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운영돼왔기에 앞으로도 정부와 발맞춰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의 단독 입법이 추진되더라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을 포함하면 민주당 우호 의석은 190석에 달한다. 이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필요한 의석수이자,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종료할 수 있는 의석수인 180석을 넘는다. 민주당은 당장 6월 임시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제거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등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각종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 기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대치했던 사법부에 대해서도 대법관 증원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입법부를 견제할 사법부를 합법 테두리 안에서 물갈이에 나서는 것이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여하는 13명 법관(대법원장 포함) 중 11명은 중도·보수, 2명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늘리는 공약을 내걸었다. 민주당은 대선 국면에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대통령은 4월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권한대행과 이미선 전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면서 생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권도 즉시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 구성은 진보 성향 4명, 중도 2명, 보수 3명으로 진보 우위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4부 권력인 언론 지형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회 정원을 확대하되, 정치권 이사 추천 몫은 줄이고 학계, 시민사회계 등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와 관련해 보수 진영에서는 시민사회계를 포함함으로써 사실상 진보 성향 이사회를 구성하고 사장 선임, 편성·보도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 민주당이 방송3법과 함께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의 악의적 허위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담고 있다.
“2020년처럼 안 할 이유 없어”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거여 국회를 지렛대 삼아 강력한 국정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월 4일 “이재명 정부가 2020년(문재인 정부) 여대야소 때처럼 독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권력 속성이 그렇고, 무엇보다 ‘국민이 나를 뽑아줬다’는 정당성이 가장 강한 때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이 대통령이 당선하고 가장 먼저 한 얘기가 ‘내란 세력을 척결해야 통합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며 “조만간 사정 정국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 대통령 지지율은 더 오를 테고 정부·여당은 그 지지율을 바탕으로 더 많은 것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