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사 테러 협박에 ‘죽음’ 선동까지… 위험선 넘은 불신과 증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7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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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이후 일부 극렬 지지자들의 정치적 의사 표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17일 대통령 구속영장이 청구된 서울서부지법 주변에는 하루 전부터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인간 띠로 법원 정문을 막아서거나, “법치는 죽었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드러눕거나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는데, 법원 100m 안쪽은 집회가 불허되는 곳이어서 현행 법을 무시하는 행위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겨냥한 테러 위협 글까지 등장했다. 15일에는 윤 대통령이 체포된 경기 과천 공수처 부근에서 50대 남성이 분신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극단적 현상은 일부 극렬 지지층이 자신만의 기대감과 현실과의 괴리를 감당하지 못해 나타난 측면이 있다. 이들의 분노와 좌절을 활용하는 유튜버들에게 상황 악화의 책임이 크다. 이들은 광화문, 한남동 관저 앞 등 강경 지지층의 집회가 열리는 곳에서 경쟁적으로 생중계했다. 일부 유튜버는 “경호처는 발포하라”는 식의 선동도 서슴지 않았고, 시위 참여자들은 유튜브에서 소액 현금후원(슈퍼챗)을 쏘며 호응했다. 과격한 발언을 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악순환 구조로,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촉발된 사회 갈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다. 1차 체포 시도 이후 1주일(6∼12일) 동안 국내 10위권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평균 1억7000만 원의 슈퍼챗 후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이들 유튜버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줬고, 여당 정치인들도 거스르는 말을 못 했다. 그러는 동안 일부 몰지각한 종교인이나 극우 유튜버는 죽음의 활용과 순교를 거론하는 등 상식 이하의 선동을 했다. 이런 양태는 여야 정치 싸움이 감정적으로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며 증폭되면서 나타난 것이다. 가령 “대통령을 남미 마약갱단처럼 다루지 말아 달라”는 호소에 민주당이 “마약갱단처럼 행동한 건 대통령”이라고 받아칠 때 지지층은 더 자극받는 식이다.

우리는 안으로 갈라지고, 밖에서 도전받고 있다. 이럴 때야말로 여야 지도자들은 절제된 말과 행동으로 통합의 리더십을 제시하길 바란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갈등을 부추길 게 아니라 출구를 찾는 노력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윤석열#극렬 지지자#테러 위협#분신#죽음 선동#극우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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