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최고위원 발언을 듣고 있다. 2025.1.22.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단된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표명한 것을 환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한반도 위기를 완화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교류, 한반도 평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북한을 ‘핵 국가(nuclear power)’로 지칭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거듭 과시한 데 대해 환영과 기대의 뜻을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서도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자유민주진영 일원의 책임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이 대표의 대미 언행이 부쩍 눈에 띄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상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위상, 나아가 그 이전 반미(反美)로 비쳤던 행보와 대조되는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특히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했다’는 문구를 포함시켜 미국 조야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 대표의 친미(親美)적 행보가 잦아진 게 사실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북-미 대화 중재에 나섰던 것에 비춰 봐도 트럼프 2기에 대한 민주당 측의 기대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핵 국가’ 지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핵 군축 협상으로 가려는 의도로 해석되면서 한미 양국에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나아가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면 한국은 북핵을 영영 머리에 이고 사는 처지가 될 텐데도 마냥 반색할 일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긴장과 갈등의 한반도 정세를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대화라면 무조건 좋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더욱이 정작 한국은 빠진 채 북핵만 인정해주는 ‘위험한 거래’를 용인할 수는 없다. 트럼프 2기의 새 대북정책이 구체화하기 전에 여야 따로 없이 우리의 우려를 미국에 전달하고 신중한 접근을 설득해야 한다. 요란하게 친미 행보를 과시할 게 아니라 안보와 동맹에 대한 초당적 의지부터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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