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계엄 여파 덮친 쪽방촌… 자원봉사도 현금 지원도 끊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6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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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맞았지만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은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비상계엄 사태 충격까지 덮치면서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온정의 손길이 싸늘하게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이 생활하는 복지시설 등에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은 물론이고 후원금 지원이 끊기다시피 한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서울 쪽방촌 인근 무료 급식소들은 외부 자원봉사자의 도움 없이 힘겹게 운영되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매일 취약계층 300여 명이 끼니를 해결하는 한 무료 급식소는 평소 10∼20명의 외부 자원봉사자가 일손을 더했지만 계엄 사태 이후 자원봉사자가 아예 끊겼다고 한다. 쪽방촌 노인들에게 김장을 담가주고 연탄을 나눠주는 손길도 이번 겨울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 됐다. 연탄 나눔 운동을 하는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는 지난해 12월 자원봉사자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사회복지기관과 봉사단체 등에는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기부마저 크게 쪼그라든 모습이다. 지난해 설 명절만 해도 3000만 원 정도의 기업 후원금을 받은 한 복지재단은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기업 후원이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현금 기부뿐만 아니라 물품 후원마저 끊긴 복지단체도 적지 않다. 기존 후원자들도 올해는 돕기 어렵다고 하니 연말연시가 ‘기부 문화 성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계엄·탄핵 정국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들의 소비·투자 심리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소외된 이웃을 위해 지갑을 열 여유마저 사라진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지만 그렇다고 온정을 나누는 나눔의 손길까지 멈춰서는 곤란하다.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합한 사회적 빈곤층이 300만 명에 달한다. 저성장 고착화에 ‘트럼프 스톰’까지 몰아치는 경제 위기 국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취약계층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계엄 여파#쪽방촌#자원봉사#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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